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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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방공무원 출신 국회의원으로 눈길을 모았던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경기 의정부갑·사진)이 10일 “입법 활동으로 현장의 수많은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1대 현역 국회의원의 첫 불출마 선언이다.

35세로 잘생긴 외모를 가진 오 의원은 작년 3월부터 원내대변인을 맡아 ‘당의 얼굴’로 활동해 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이 정치 입문 3년 만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오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고, 이후에는 소방 현장에 돌아가기 위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1세에 의무소방대에 복무한 오 의원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소방관을 그만둔 2019년까지 10년간 화재 현장에서 일했다.

의원으로서 소방 현장의 각종 문제를 개선하고자 했지만 무력감을 느꼈다는 오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3명의 소방관 순직과 영결식이 끝난 뒤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발 늦은 현실에 절망했다”며 “지난달 또 한 명의 (소방관) 유골을 현충원에 묻으면서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는 제 한계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건축법과 소방시설법, 산업안전법 등을 개정한 ‘생명존중 안전한 일터 3법’을 대표 발의하며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에 힘썼다. 소방관들의 숙원이던 화재예방 3법의 본회의 처리를 이끌기도 했다.

정치 현실에 좌절한 것도 불출마의 이유다. 오 의원은 “오늘날 정치는 상대 진영이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고 한다”며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소방 이슈에 대해서는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설명하다가도, 정치 이슈가 화제에 오르면 말수가 줄었다”고 전했다. 2021년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에는 동료 초선 의원들과 함께 당 쇄신을 주장했다가 극성 지지자들에게 수천 통의 비판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