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캐롯 4강 PO 올려놓은 '투혼의 새내기' 이정현
김승기 감독 혹독한 조련 이겨내고 '기량 만개'…위기의 팀 구해내
"감독님 실망 안 하게 열심히 뛰어…4강 PO도 승부 모른다"
[고침] 스포츠(프로농구 캐롯 4강 PO 올려놓은 '투혼의 새…)
프로농구 고양 캐롯과 울산 현대모비스의 6강 플레이오프(PO)는 '이정현 시리즈'라 할 만했다.

캐롯은 1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PO(5전 3승제) 마지막 5차전 원정 경기에서 현대모비스를 77-71로 제압,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창단 첫 시즌 4강 PO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시리즈 전에는 현대모비스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훨씬 컸다.

정규리그에서 현대모비스는 4위, 캐롯은 5위였다.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 캐롯이 5승 1패로 크게 앞섰다지만, '주포' 전성현이 돌발성 난청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터라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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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의 맞대결 5승 모두 전성현이 뛸 때 거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성현이 뛰지 않은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에서 캐롯은 패했다.

캐롯은 자금난으로 선수들 월급이 여러 차례 밀리고, 리그 가입비도 3월 말에야 납부하는 등 구단을 둘러싼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이런 가운데 프로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새내기 가드' 이정현이 'MVP급' 활약을 펼치며 캐롯의 승리를 견인했다.

본업인 경기 리딩을 잘 풀어갔을 뿐 아니라 득점포를 연사하며 전성현의 빈자리까지 메웠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5점을 넣은 이정현은 6강 PO 5차전에서 24점을 쓸어 담았다.

수비에서도 빛났다.

끈질긴 플레이로 상대의 흐름을 끊는 스틸을 여러 차례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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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캐롯 감독은 가드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정규리그 1위 팀 안양 KGC인삼공사의 변준형이 김 감독의 품에서 컸다.

이정현은 올 시즌 김 감독으로부터 혹독하게 훈련받았다.

김 감독은 이정현이 좋은 활약을 펼친 날에도 기자회견에서 그의 단점만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차갑게 대했다.

그렇게 강하게 키운 이정현이 위기의 순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을 보여주며 팀을 승리로 인도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정현이를 되게 많이 혼냈는데, 그걸 다 이겨냈다.

그러다 보면 엄청난 선수가 된다.

MVP가 된다"면서 '아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정현이가 우리 팀을 4강까지 올려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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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에 이어 카메라 앞에 선 이정현은 '김 감독이 칭찬했다'는 중계진의 말에 감격스러워하면서 "감독님이 워낙 칭찬을 안 하신다.

칭찬받은 다음 경기에 내가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PO 들어서는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다"면서 "4강 PO에서도 이런 자세로 뛰겠다"고 했다.

다음 상대는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전에 몸담던 팀이자 애제자 변준형이 버티고 있는 인삼공사다.

이정현은 "다들 우리가 이번 시리즈에서 안 될 거라고 얘기했는데,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4강에 올랐다"면서 "인삼공사가 워낙 강한 팀이지만, 6강 PO에서 한 것처럼 열심히 뛴다면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캐롯과 인삼공사의 4강 PO 1차전은 1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