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종목 집중탐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셀바스AI가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 명목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유상증자 규모는 788억원,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쓸지 등 최근에 공개한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주요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음성 AI 기술력을 보유한 셀바스AI는 올 들어 주가가 240% 넘게 급등했습니다. 연초 챗GPT 열풍에 AI 관련주에 매수세가 몰린 영향 때문이죠. 그러던 와중에 셀바스AI가 788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합니다. 신주 예정 발행가액은 1만9710원으로, 주주 배정 후 발생한 실권주 등은 주관사인 KB증권이 잔액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실권주가 생길 경우 주관사 KB증권이 모두 떠안는 잔액 인수 방식이 활용됐다는 것. 대량 실권이 발생하더라도 주식 미(未)발행으로 발행금액이 축소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죠. 또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 청약을 절반밖에 하지 않아도 셀바스AI의 유상증자는 결국 100% 완판될 것입니다.

셀바스AI는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 목적을 '기술력 강화'라고 말합니다. 유증으로 조달된 대부분의 자금을 AI 관련 R&D 비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이죠.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R&D 투자비는 향후 실적 상승과 주가 대박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죠.
[마켓PRO] 경영권 위협 감수하고 유증 결정 셀바스AI, 왜?
증권사의 한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AI 기술력은 셀바스AI의 사업적 근간"이라며 "R&D 비용으로 유증 자금 대부분을 활용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셀바스AI는 작년에 보유하던 부동산을 매각해 1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시장에선 보유 현금을 토대로 추후 인수·합병(M&A) 통한 신사업 진출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면서 "이번 유증 자금을 통한 R&D 강화는 향후 회사 경영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셀바스AI는 지난해 4월 서울 금천구 소재 부동산 매각을 진행, 11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788억 자금 어디에 쓰나

유상증자는 회사의 보유 자금 부족으로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추진된다는 점에서 악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조달 자금의 용처가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악재가 아닌 호재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셀바스AI의 유상증자 자금 용처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운영비(R&D, 영업·마케팅 자금)와 채무상환입니다. R&D자금에만 66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영업·마케팅 비용으론 107억원이 책정됐습니다. 자금 사용 시기는 오는 2025년 12월까지입니다.

AI 의료 R&D에선 '원격진료 솔루션(AI 심장초음파 솔루션 등) 등 관련 기술 확보'에 단일 예산 기준으로 가장 큰 금액(58억원)이 투입됩니다. AI 교육 R&D에선 교육 지식재산권(IP) 확보 명목으로 11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죠.

나아가 메타로빌리티(메타버스, 로봇, 모빌리티) 분야에선 '로봇 도메인용 음성지능, 영상지능 등 HCI 기술 최적화'에 23억원이, 메타버스 관련 엔터 IP 확보에는 50억원의 자금이 집행될 예정입니다. R&D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AI 교육(148억원) 분야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를 AI 의료(105억원), 메타버스(71억원), 로봇·모빌리티(59억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채무상환에도 유증 자금(19억원)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셀바스AI는 하나은행으로부터 4.97% 금리로 110억원을 차입했습니다. 아직 만기일(2025년 6월23일)이 남았지만, 19억원가량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대주주 지분율 희석에도 유증 추진…주가 고점론도

셀바스AI는 이번 유증을 통해 400만주를 신규 발행할 예정입니다. 기존 발행 주식 2251만260주의 17.7%에 달하는 물량이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 희석도 감수해야 합니다.

셀바스AI 최대주주는 곽민철 대표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총 306만96주(지분율 13.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곽 대표와 특수관계인은 이번 유증에서 배정 물량의 약 10%가량을 참여할 예정인데, 이 경우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11.7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낮아진 최대주주 지분율로 자칫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주관사인 KB증권도 증권신고서를 통해 낮은 대주주 지분율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언급했죠. 다만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주주가 곽 대표 외에는 없다는 것을 봤을 때,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마켓PRO] 경영권 위협 감수하고 유증 결정 셀바스AI, 왜?
일각에선 최대주주가 회사 지배력이 약화되더라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주가 급등'이 있다고 말합니다. 주가가 높을 때 유증을 추진해야 조달되는 자금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주가 급등과 함께 유상증자 추진은 현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셀바스AI 최대주주 측도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이번 주가 급등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는 유상증자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주가가 과열된 시점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최대한 자금을 모으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작년 한 해 연결 기준 매출액(509억원)보다도 많습니다. 이처럼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셀바스AI 주가는 하락하고 있습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테마주에 올라타 고공행진하던 셀바스AI 주가는 유상증자 결정 직후 15%가량 급락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