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스1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11일 원·달러 환율은 한달만에 최고치로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환율 상승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원50전 오른 1322원20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10일 1324원20전 이후 종가 기준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30전 오른 1320원에 개장한 뒤 장중 한때 1316원50전까지 떨어졌다. 한은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며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됐지만 오전 11시10분 시작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추가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영향으로 빠르게 하락했다.

이날 이 총재는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과도하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하반기 물가경로가 수정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한다는 금융통화위원이 많다"고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다시 글로벌 달러 강세 등 대외적 여건이 다시 한번 부각되면서 1320원 선에 재진입했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미 중앙은행(Fed)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으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음 달 Fed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한국과의 금리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이 경우 미국으로 자금 수요가 이동하면서 원화가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현재 원·달러 환율에 대부분 반영돼 있다"면서도 "만약 Fed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특정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두고 금리로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수준보다는 변동성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날 오후 3시30분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1.19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995.06원)에서 3.87원 올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