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발표 이후 처음으로 열린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웨스턴디지털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모두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D램 재고 감소에 따라 가격 하락세도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감산에 美반도체株 '들썩'…마이크론 급등

마이크론, 1년 만에 최대폭 상승

미국 부활절 연휴 직후 열린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반도체주가 이끌었다. D램 반도체 점유율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는 이날 전장보다 8.04% 급등한 6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낸드플래시 세계 4위 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이날 8.22% 오른 38.0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들 메모리 반도체기업들의 주가 급등은 삼성전자의 감산 소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설명자료를 통해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최근 소비 부진에 따라 급락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에 따르면 1분기에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20% 떨어졌고, 낸드플래시도 10~15% 하락했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비롯해 대형 서버에 이르기까지 수요는 줄고 있는 반면 공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재고가 쌓인 탓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삼성전자가 주도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가격 하락을 감수하고도 물량으로 밀어붙여 이참에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반도체 감산에 들어가면서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크리스토퍼 데인리 씨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감산 계획과 관련해 “부활절 토끼가 마이크론에 가져다준 선물이 됐다”고 언급했다.

팹리스 주가도 상승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등 반도체 업황 전체에 대한 이날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엔비디아는 2.00% 오른 275.79달러로 장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팹리스 강자인 AMD의 종가도 3.26% 상승한 95.48달러였다.

이들 기업은 모바일과 차량용 반도체 등에서 수요 둔화를 겪고 있긴 하지만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거 필요하다.

반도체 주요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 같은 반도체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1.80% 상승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