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날 또다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날 또다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21년 8월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이후 첫 2회 연속(올해 2월, 4월) 금리 동결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는 과도하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긴축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 부문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겠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날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정보기술(IT) 부문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2월 전망치(1.6%)를 소폭 밑돌 것”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금융 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2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낸 조윤제 금통위원도 이번에는 동결에 동의했다.

이 총재는 시장의 ‘긴축 종료’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세계적으로 근원인플레이션(석유류·농산물 등을 제외한 물가상승률) 둔화가 더디게 나타나는 등 하반기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하면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는 1.5%포인트를 유지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5월 초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