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국회 전원위 이틀째…여야 28명 '제각각' 해법 제시
첫날보다 관심 더 떨어져 참석자 100여명뿐…곳곳 졸음에 하품도
"중대선거구 갈등해소 vs 미신" "비례 폐지"…이틀째 백가쟁명(종합)
국회 전원위원회는 11일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이틀째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 나선 여야 의원 28명은 중대(中大)선거구와 소(小)선거구, 의원정수 확대와 축소, 비례대표제 폐지와 강화 등 선거제 개편안을 놓고 소속 정당을 떠나 저마다의 해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날에 비해 관심도는 더욱 떨어진 모습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원위 참석 의원은 1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전원위 첫날인 전날에는 토론 초반만 해도 200명 넘게 자리를 지켰다.

다만 전날에는 2시간 만인 오후 4시께에는 3분의 1 수준인 60여명만 남아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라는 이름이 무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중대선거구 갈등해소 vs 미신" "비례 폐지"…이틀째 백가쟁명(종합)
◇ 野 중대선거구 도입 주장에 내부 반론도…與는 소선거구제 유지가 대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3가지 결의안 중 첫 번째 안으로,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찬성 의견이 나왔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시병)은 "현행 지역구를 대선거구제로 바꿔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종민(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의원도 "우리도 선진 유럽 나라들처럼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 뽑는 제도로 가는 게 좋다"며 "우선 서울과 6대 광역시만이라도 대선거구로 해 보자고 제안한다"고 제안했다.

조응천 의원(경기 남양주시갑)도 "현행 소선거구제를 한 선거구에서 5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로 바꿔야 한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박상혁 의원(경기 김포시을)은 "중대선거구제가 이론처럼 그리고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 당선에 유리하고 의회에 다양성을 가져올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시만안)도 "정말 중대선거구제가 정치 구조의 갈등을 해소하는 실효성을 담보할까.

저는 정치적 미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에도 등록하는 '중복 입후보 제도'를 제안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소멸 위기인 비수도권·농촌 지역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소선거구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양수 의원(강원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은 "가파른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산어촌의 경우에는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 1인 선거구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도 "인구 소멸 위기를 맞은 농산어촌 지역은 소선거구제로 결정돼 지역 대표성이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이라고 밝혔다.

장동혁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은 "지역별 인구비에 따라 의석수를 조정하고 나서 수도권 집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재설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구병)은 "소선거구제의 강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전국 모두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가 필요하며 그 방향이 맞는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지성호 의원(비례대표)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전국 단위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야 한다"며 "우리 국회에서 미수복 북한 지역을 총괄하는 비례대표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은 "지금과 같은 비례대표 47석으로도 지역주의 완화효과를 확실하게 담보하는 선거제도는 단연 전국 단위 석패율 제도"라고 주장했다.

"중대선거구 갈등해소 vs 미신" "비례 폐지"…이틀째 백가쟁명(종합)
◇ 국회의원 정수 확대 vs 축소…비례대표 폐지 vs 확대도 충돌
국민의힘 측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및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야당 측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은 "국회의원 정수를 감축하고 비례대표제 역시 대폭 축소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자 명령"이라며 "얼토당토않은 명분을 내세우며 국회의원 정수 감축을 끝내 외면한다면 민의의 호된 역풍과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황보승희 의원(부산 중구영도구)도 "불투명한 비례대표 선정 절차, 비례의원들의 극단적 표결 양상 등으로 국민 불신을 심화시켰다"면서 비례대표 폐지를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구갑)은 "비례 의석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권역별 병립형(비례대표제)을 채택하면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고 비례성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라며 "지역구를 줄이거나 아니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혜영 의원(비례대표)도 "국정운영이 전문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사회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물들을 더 많이 유입시켜 국회 정책 개발 능력과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비례대표 및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비례대표)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다선 의원들을 지목하며 "다음번엔 출마하지 마십시오. 지금 자리에도 안 계십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도 조응천 의원은 "현행 비례대표제도는 전문가나 정치적 소위 계층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반영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며 폐지에 힘을 실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비례대표)은 "의석수는 현행과 같이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60석으로 지역구 대 비례대표의 비율을 정치 선진국처럼 2대1, 3 대 1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4대1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라고 제안했다.

"중대선거구 갈등해소 vs 미신" "비례 폐지"…이틀째 백가쟁명(종합)
◇ 첫날보다 더 썰렁한 본회의장…곳곳 졸음에 하품도
이틀 차 전원위는 첫날보다 더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2시 전원위는 재적 의원의 3분의 1 정도인 100여명이 참석한 채 시작됐다.

전날 200명 넘게 들어섰던 것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마저도 2시간 정도가 흐르자 60여명만이 남았다.

여야 지도부 중에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만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는 토론 시작 30분 만에 떠났고, 이날 오후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를 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다.

여야 의원들은 동료 의원이 발언대에 서서 토론하는 동안 담소를 나누거나 자리를 이동해가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등 모습을 보였다.

하품하거나 토론 내내 휴대전화를 보면서 딴청을 피우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40여분 동안 쉬지 않고 졸았던 한 중진 의원을 국회 직원이 깨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상대 당 의원 발언에 공감을 표하는 장면도 있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경북 안동시예천)이 "지방을 배려하고 지역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식의 선거구제 개편안에 힘을 모아달라"고 하자 민주당 측 좌석에서 "잘했어"라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이 "제대로 일하는 국회, 대화와 타협이 있는 정치로 가려면 연합 과반수 정치로 가야 한다"고 제안하자 국민의힘 쪽에서 "잘했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국회를 방문한 캐나다 상하의원단이 본회의장 참관석에서 전원위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중대선거구 갈등해소 vs 미신" "비례 폐지"…이틀째 백가쟁명(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