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대한민국 먹여 살렸는데…주인공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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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9년 만에 무역흑자 1위
반도체 업황 부진·車 산업 약진 맞물려
현대차 영업익, 14년 만에 삼성전자 넘어설 것으로 관측
"친환경차 패러다임 적극 전환" "코로나19 공급망 관리 앞서"
반도체 업황 부진·車 산업 약진 맞물려
현대차 영업익, 14년 만에 삼성전자 넘어설 것으로 관측
"친환경차 패러다임 적극 전환" "코로나19 공급망 관리 앞서"
미래차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를 제치고 주도 산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개별기업 실적에서도 반도체 업황 부진과 자동차 산업 약진이 맞물리면서 현대자동차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분기 영업이익에서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불리던 차(車) 산업이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은 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공급망 관리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한 점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1월 친환경차 수출 물량은 29.8% 늘어난 5만7000대, 수출액은 42.3% 늘어난 1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친환경차 평균 수출단가는 3만달러 수준으로 내연기관차(2만달러 수준)의 1.5배에 달한다. 국내에서 벤츠, BMW 등 수입차 비중이 늘어나며 자동차 수입액 역시 증가했지만 무역흑자가 훨씬 더 크게 늘어난 건 해외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684만5000대를 판매해 일본 도요타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자동차 판매 세계 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3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북미 시장에서도 지난해 4분기부터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4위 자리에 올랐다.
올해도 수출 전망은 밝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해 수준은 아니지만 현대차그룹의 백오더(주문대기)는 여전히 10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아 EV9 등 글로벌 제조사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현대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각각 35조2800억원과 2조6500억원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현대차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이자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잠정 6000억원)을 뛰어넘게 된다.
기아 역시 이 기간 매출액과 영업익 컨센서스가 각각 22조4300억원과 2조1900억원 수준으로 전망돼 SK그룹 지주사인 ㈜SK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상장사 분기 영업익 1·2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기아는 2010년 이후 1분기 영업익이 2조원을 넘긴 사례가 없다. 현대차는 올 1분기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지난해보다 15.6% 증가한 19만8218대를 팔았고, 기아도 21.8% 늘어난 18만4136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와 기아 개별·합산 실적 모두 역대 1분기 최다 판매량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품 공급 완화와 주요 차종들의 신차 효과로 생산 및 판매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집계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을 앞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10개사(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오토에버, 이노션)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92조2691억원과 6조1638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삼성그룹 12개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증권)의 매출액과 영업익 전망치 합계는 94조984억원과 2조9700억원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그룹 12개사는 영업익이 16조2689억원을 기록한 반면 현대차그룹 10개사는 5조340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으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1분기 영업익 추정치만 놓고 보면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 도요타와도 견줄만하다. 금융정보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도요타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조695억원 수준으로 4조8400억원 수준인 현대차·기아보다 2300억원가량 앞선다.
다른 완성차 기업들은 협력사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를 개별로 구매하는 반면 현대차그룹 협력사들은 수직계열화돼 있어 구매력도 강하고 공급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아이오닉5 등 순수 전기차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등 단가가 높고 상품성이 뛰어난 모델들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차량용 반도체는 모델별로 사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수익성이 높은 차량의) 우선순위를 두고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장기간 쌓아 온 생산 능력이 발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개별기업 실적에서도 반도체 업황 부진과 자동차 산업 약진이 맞물리면서 현대자동차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분기 영업이익에서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불리던 차(車) 산업이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은 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공급망 관리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한 점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9년 만에 무역흑자 1위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는 지난 1~2월 무역흑자 79억2100만달러(약 10조원)를 기록해 6년 연속 무역수지 1위였던 반도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 들어 아직 2개월 수치밖에 집계 안했지만 자동차가 무역흑자 전체 1위에 오른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많이 수출하면서 단가 상승 효과를 봤기 때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월 자동차 수출 물량은 20만825대로 전년 동월 대비 11.3% 늘었다. 이 기간 수출금액은 21.9% 뛴 49억8000만달러로 역대 1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1월 친환경차 수출 물량은 29.8% 늘어난 5만7000대, 수출액은 42.3% 늘어난 1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친환경차 평균 수출단가는 3만달러 수준으로 내연기관차(2만달러 수준)의 1.5배에 달한다. 국내에서 벤츠, BMW 등 수입차 비중이 늘어나며 자동차 수입액 역시 증가했지만 무역흑자가 훨씬 더 크게 늘어난 건 해외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684만5000대를 판매해 일본 도요타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자동차 판매 세계 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3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북미 시장에서도 지난해 4분기부터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4위 자리에 올랐다.
올해도 수출 전망은 밝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해 수준은 아니지만 현대차그룹의 백오더(주문대기)는 여전히 10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아 EV9 등 글로벌 제조사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 14년 만에 삼성전자 넘는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설 것으로 보인다.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현대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각각 35조2800억원과 2조6500억원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현대차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이자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잠정 6000억원)을 뛰어넘게 된다.
기아 역시 이 기간 매출액과 영업익 컨센서스가 각각 22조4300억원과 2조1900억원 수준으로 전망돼 SK그룹 지주사인 ㈜SK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상장사 분기 영업익 1·2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기아는 2010년 이후 1분기 영업익이 2조원을 넘긴 사례가 없다. 현대차는 올 1분기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지난해보다 15.6% 증가한 19만8218대를 팔았고, 기아도 21.8% 늘어난 18만4136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와 기아 개별·합산 실적 모두 역대 1분기 최다 판매량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품 공급 완화와 주요 차종들의 신차 효과로 생산 및 판매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집계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을 앞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10개사(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오토에버, 이노션)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92조2691억원과 6조1638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삼성그룹 12개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증권)의 매출액과 영업익 전망치 합계는 94조984억원과 2조9700억원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그룹 12개사는 영업익이 16조2689억원을 기록한 반면 현대차그룹 10개사는 5조340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으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1분기 영업익 추정치만 놓고 보면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 도요타와도 견줄만하다. 금융정보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도요타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조695억원 수준으로 4조8400억원 수준인 현대차·기아보다 2300억원가량 앞선다.
"코로나 위기에 빛났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기간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완성차 업체 대비 공급망 관리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팬데믹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 도요타(6%), 폭스바겐(14%), 스텔란티스(16%), 르노-닛산-미쓰비시 (17.3%), GM (18.6%) 등이 큰 폭의 판매량 감소를 겪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5.1% 감소에 그쳤다.다른 완성차 기업들은 협력사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를 개별로 구매하는 반면 현대차그룹 협력사들은 수직계열화돼 있어 구매력도 강하고 공급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아이오닉5 등 순수 전기차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등 단가가 높고 상품성이 뛰어난 모델들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차량용 반도체는 모델별로 사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수익성이 높은 차량의) 우선순위를 두고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장기간 쌓아 온 생산 능력이 발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