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인적분할 희비...정지선의 현대백화점은 실패, 정교선의 현대그린푸드만 성공
정지선 회장 현대백 지배력 강화 과제...업계
지분 맞교환 추진 가능성 높다
현대그린푸드 가치 높여야 지배구조분리 완성...회사 측 계열분리 검토안해


이 기사는 04월 11일 07:45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마켓PRO] 현대백화점 계열분리 핵심열쇠는…'현대그린푸드 주가'
현대그린푸드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갖추는 게 현대그린푸드의 다음 과제다. 현대그린푸드와 달리 주주들의 반대로 인적분할에 실패한 현대백화점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 반면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그렇지 못해서다.

인적분할 마무리한 현대그린푸드

현대그린푸드를 인적분할한 현대지에프홀딩스(분할존속법인)와 현대그린푸드(분할신설법인)은 10일 각각 재상장 및 변경상장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주요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인적분할을 통환 지주사 전환 작업을 이어왔다. 지난 1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현대그린푸드의 인적분할 안건은 통과됐지만 현대백화점은 주주들의 반대로 인적분할이 무산됐다.

재상장 절차까지 마무리한 현대지에프홀딩스의 다음 과제는 자회사 지분 확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 또 자회사 외 계열사 지분은 보유하지 못한다.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현대이지웰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런 기준에 맞춰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거나 팔아야 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우선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신주를 발행해 현대그린푸드에 넘기고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문제가 되는 자회사는 현대홈쇼핑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은 현대홈쇼핑의 지분을 각각 25.0%, 15.8% 갖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 지분을 5% 추가로 확보하든지, 가지고 있는 25%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을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 중 어디로 넘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현대홈쇼핑은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현백화점그룹의 알짜 계열사다. 홈쇼핑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현대홈쇼핑은 지난해에만 86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두둑한 현금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 한섬(패션), 현대퓨처넷(유선방송), 현대L&C(건자재) 등을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형인 정 회장은 백화점 등 유통업을, 동생인 정 부회장은 식품 등 나머지 사업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사업구도를 정리하고 있다"며 "현대홈쇼핑은 사업 영역이 애매해 어느 한쪽으로 넘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홈쇼핑의 사업 부문을 나눠 현대백화점과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재배치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민 깊어지는 현대백화점

지주사가 된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백화점 지분 12.1%도 처분해야 한다. 지주사는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안에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해 지분관계를 해소할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백화점 지분을 털어내면 자연스럽게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분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현대백화점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현대백화점 이사회에 합류한 지 4년 만이다.

현대백화점은 대주주 지배력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이 반대표를 던져 인적분할이 좌초된 상황이다. 회사 측은 "향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선언,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백화점 지분율은 17.1%에 그친다.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처분해야 하는 현대백화점 지분 12.1%를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그린푸드 지분(각 12.7%)과 맞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그린푸드의 지분 가치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가치보다 낮다는 점이다. 정 회장이 보유한 인적분할 전 현대그린푸드 1238만주의 가치는 약 898억원(거래중지된 2월 24일 종가 기준)이지만 현대지에프홀딩스가 가진 현대백화점 주식 282만주의 가치는 약 1472억원(지난 7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정 회장 입장에선 이번 인적분할을 계기로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그린푸드가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지분 교환에 들어가는 사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두 회사 간 사업 시너지가 매우 커 계열 분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