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난민, 성차별…캔버스 프레임조차 없이 축 늘어진 그림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arte]신미래의 파리통신
파리 팔레드도쿄 미리암 칸 전
파리 팔레드도쿄 미리암 칸 전
제14회 루벤스상 수상자인 스위스 작가 미리암 칸의 전시가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열린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창작된 200여 점이 한자리에 소개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유대인 아버지와 비유대인 어머니 이민 가정에서 성장한 미리암 칸은 걸프전, 시리아 내전,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겪으며 인간의 고통, 폭력, 개인과 집단 등 인간의 실존적 주제들을 탐구해왔다.
이번 <내 일련의 생각>전에서는 미리암 칸 작품의 주된 주제인 유대인, 전쟁, 난민, 성차별 등을 가시화한 다양한 작품들이 유기적인 총체성을 띠며 전시를 구성한다.
작품들은 캔버스 프레임도 없이 마치 힘없이 축 처져 있는 듯한 무방비의 상태로 전시장 흰 벽에 무수히 나열되어 있다.
작품의 견고한 내구성과 마감이 돋보이는 기존의 전시들과는 사뭇 차별화된 풍경이다.
캔버스 천과 종이만으로 걸려있는 이미지들은 물리적 두께감, 눈높이, 재료 및 매체들에 차이를 두지 않고 마치 동등하게 보여지는데 이것은 작가의 가치관과 관련이 있다.
작가는 모든 것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개인적인 것은 곧 일반적인 것이며,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만큼 중요하다. 나무는 핵폭탄 만치, 작은 것은 큰 것만큼, 정치는 예술과 동일하게 중요하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 안에서 모든 것의 가치가 동등한 균형을 이루는 것보다 다양한 개념과 강렬한 세상의 혼돈이 복합적이며 조형적으로 구성되는 것을 추구한다.
미리암 칸은 작품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배치함으로써 우리를 괴롭히는 것,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체의 인물들은 사방에서 위협받는 ‘벌거벗은 삶’을 상징한다. 그들은 무표정한 모습과 특유의 제스처를 통해 전쟁의 낙인, 폭력, 사망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생략되고 분절되어 버린 인체 표현은 실존에 대한 불안정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무기, 탱크, 군함은 1980년대부터 작가의 검은 분필 드로잉 시리즈들의 주된 소재가 되어왔다. 어둡고 날카로운 대각선과 모나고 딱딱한 표현은 작가의 작품에서 남자의 세상을 상징하며, 전쟁을 의미하는 상징적 묘사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모노톤의 드로잉 옆에는 수채화로 그려진 컬러풀한 핵폭탄의 이미지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핵폭탄의 이미지들을 보고 어마어마한 에너지 폭발과 환상적인 움직임, 그 색에 매료되어 아름답게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생명의 파괴와 죽음을 야기하는 핵폭탄의 본질을 아름다운 색감으로 표현함으로써 상충되는 내적 모순을 다루었다.
특히 미리암 칸의 작업 주제를 관통하는 중심은 ‘여성’이다.
작가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예술 방식을 여성을 통해 코멘트하고 있다.
여성의 성적 욕망과 성기를 주도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남성 신체 표현에 치중된 전통적 예술문화를 타파하고자 한다.
또한 작가의 전시에서 큰 사이즈의 작품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남성 지향적인 대작의 예술적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유일한 아름다움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전시장 전체를 크게 돌아 관람하다 보면, 작가의 이러한 작업적 고찰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은 방에 다다르게 된다.
익사체, 전쟁포로, 성폭력, 이 방에 모인 작품에 나타난 장면들은 지나온 역사와 어쩌면 끝나지 않은 현실을 보다 직접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은 종이에 그려진 흑색의 크로키들은 마치 스토리보드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개한다.
수평으로 나열된 수많은 데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전쟁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FUCK ABSTRACTION!’이라는 다소 강렬한 이름의 작품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정확하게는 부차(Bucha)의 거대한 무덤 이미지와 전쟁 범죄로 피해 입은 여성의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이후에 만들어졌다.
미리암 칸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이러한 이미지들의 폭력성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전쟁의 위험성과 공포의 파장을 아이를 통해 묘사한 작품으로, 특유의 어두운 색감과 거친 터치 기법은 전쟁 현장의 무거운 분위기를 재현한다.
한편, 구상과 추상 사이의 작업 표현은 다소 직접적인 현실의 주제가 은유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작가는 고유의 예술적 표현 방법으로 폭력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미리암 칸은 “이것은 손이 묶인 채 강간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거리에 내던져진 사람이다. 전쟁에서 폭력적인 이미지의 반복은 충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작품을 위해 작가는 보통 바닥에서 작업을 하며, 한 작품에 두세 시간 정도를 할애한다.
그녀는 ‘분노’의 감정을 예술적 원동력으로 삼아 빠르고 직관적으로 그려 나간다.
이 기법은 작가가 작업에 최대한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는 시간으로, 시리즈와 작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특정 스케치를 기준으로 작품을 발전시켜나, 수정과 후작업을 거쳐 완성시키는 개별적인 작품 또한 없다.
작가에게 작품의 과정은 말과 같으며 항상 매우 빠르고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잦은 전시 횟수와 작품을 직접 설치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미리암 칸이 포착한 현상, 이데올로기, 사건, 감정들은 유기적인 이미지의 흐름으로 형상화된다. 작가의 생각의 파편들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이미지의 조합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무한한 이야기의 일부인 것이다.
미리암 칸은 증언하고 표명하고 구현함으로써 세상에 던지는 코멘트들을 대중들이 마주하도록 초대한다.
미리암 칸의 ‘내 일련의 생각’ 전은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 2023년 5월 14일까지 열린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창작된 200여 점이 한자리에 소개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유대인 아버지와 비유대인 어머니 이민 가정에서 성장한 미리암 칸은 걸프전, 시리아 내전,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겪으며 인간의 고통, 폭력, 개인과 집단 등 인간의 실존적 주제들을 탐구해왔다.
이번 <내 일련의 생각>전에서는 미리암 칸 작품의 주된 주제인 유대인, 전쟁, 난민, 성차별 등을 가시화한 다양한 작품들이 유기적인 총체성을 띠며 전시를 구성한다.
작품들은 캔버스 프레임도 없이 마치 힘없이 축 처져 있는 듯한 무방비의 상태로 전시장 흰 벽에 무수히 나열되어 있다.
작품의 견고한 내구성과 마감이 돋보이는 기존의 전시들과는 사뭇 차별화된 풍경이다.
캔버스 천과 종이만으로 걸려있는 이미지들은 물리적 두께감, 눈높이, 재료 및 매체들에 차이를 두지 않고 마치 동등하게 보여지는데 이것은 작가의 가치관과 관련이 있다.
작가는 모든 것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개인적인 것은 곧 일반적인 것이며, 사적인 것은 공적인 것만큼 중요하다. 나무는 핵폭탄 만치, 작은 것은 큰 것만큼, 정치는 예술과 동일하게 중요하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 안에서 모든 것의 가치가 동등한 균형을 이루는 것보다 다양한 개념과 강렬한 세상의 혼돈이 복합적이며 조형적으로 구성되는 것을 추구한다.
미리암 칸은 작품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배치함으로써 우리를 괴롭히는 것,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체의 인물들은 사방에서 위협받는 ‘벌거벗은 삶’을 상징한다. 그들은 무표정한 모습과 특유의 제스처를 통해 전쟁의 낙인, 폭력, 사망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생략되고 분절되어 버린 인체 표현은 실존에 대한 불안정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무기, 탱크, 군함은 1980년대부터 작가의 검은 분필 드로잉 시리즈들의 주된 소재가 되어왔다. 어둡고 날카로운 대각선과 모나고 딱딱한 표현은 작가의 작품에서 남자의 세상을 상징하며, 전쟁을 의미하는 상징적 묘사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모노톤의 드로잉 옆에는 수채화로 그려진 컬러풀한 핵폭탄의 이미지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핵폭탄의 이미지들을 보고 어마어마한 에너지 폭발과 환상적인 움직임, 그 색에 매료되어 아름답게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생명의 파괴와 죽음을 야기하는 핵폭탄의 본질을 아름다운 색감으로 표현함으로써 상충되는 내적 모순을 다루었다.
특히 미리암 칸의 작업 주제를 관통하는 중심은 ‘여성’이다.
작가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예술 방식을 여성을 통해 코멘트하고 있다.
여성의 성적 욕망과 성기를 주도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남성 신체 표현에 치중된 전통적 예술문화를 타파하고자 한다.
또한 작가의 전시에서 큰 사이즈의 작품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남성 지향적인 대작의 예술적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유일한 아름다움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전시장 전체를 크게 돌아 관람하다 보면, 작가의 이러한 작업적 고찰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은 방에 다다르게 된다.
익사체, 전쟁포로, 성폭력, 이 방에 모인 작품에 나타난 장면들은 지나온 역사와 어쩌면 끝나지 않은 현실을 보다 직접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은 종이에 그려진 흑색의 크로키들은 마치 스토리보드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개한다.
수평으로 나열된 수많은 데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전쟁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FUCK ABSTRACTION!’이라는 다소 강렬한 이름의 작품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정확하게는 부차(Bucha)의 거대한 무덤 이미지와 전쟁 범죄로 피해 입은 여성의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이후에 만들어졌다.
미리암 칸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이러한 이미지들의 폭력성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전쟁의 위험성과 공포의 파장을 아이를 통해 묘사한 작품으로, 특유의 어두운 색감과 거친 터치 기법은 전쟁 현장의 무거운 분위기를 재현한다.
한편, 구상과 추상 사이의 작업 표현은 다소 직접적인 현실의 주제가 은유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작가는 고유의 예술적 표현 방법으로 폭력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미리암 칸은 “이것은 손이 묶인 채 강간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거리에 내던져진 사람이다. 전쟁에서 폭력적인 이미지의 반복은 충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작품을 위해 작가는 보통 바닥에서 작업을 하며, 한 작품에 두세 시간 정도를 할애한다.
그녀는 ‘분노’의 감정을 예술적 원동력으로 삼아 빠르고 직관적으로 그려 나간다.
이 기법은 작가가 작업에 최대한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는 시간으로, 시리즈와 작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특정 스케치를 기준으로 작품을 발전시켜나, 수정과 후작업을 거쳐 완성시키는 개별적인 작품 또한 없다.
작가에게 작품의 과정은 말과 같으며 항상 매우 빠르고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잦은 전시 횟수와 작품을 직접 설치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미리암 칸이 포착한 현상, 이데올로기, 사건, 감정들은 유기적인 이미지의 흐름으로 형상화된다. 작가의 생각의 파편들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이미지의 조합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무한한 이야기의 일부인 것이다.
미리암 칸은 증언하고 표명하고 구현함으로써 세상에 던지는 코멘트들을 대중들이 마주하도록 초대한다.
미리암 칸의 ‘내 일련의 생각’ 전은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 2023년 5월 14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