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퍼포먼스를 마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퍼포먼스를 마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24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톱3'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12일 증권가에선 이번에 발표한 전기차 전략이 기업가치 정상화의 첫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에도 시장 점유율 확대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날 현대차그룹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 화성 기아 오토랜드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룹은 신규 생산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3사가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상위 3위 달성을 위해 총 2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151만대로 늘리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도 364만대까지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기아가 지난 5일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전기차 판매 목표치 160만대(2030년 기준)를 감안하면 현대차는 204만대에 해당한다. 기존 대비 대략 20만대 이상 목표 물량이 높아졌다는 추정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 목표는 각각 33만대, 25만대로 합산 58만대 규모다.

"저평가 구간 단축할 만한 유의미한 발표"

기아 송호성 사장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아 송호성 사장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목표치 상향 조정이 기업가치 정상화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그룹에 대한 저평가 구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유의미한 발표가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략은 배터리 소싱 전략 지연, 미국 플릿 이슈 및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모두 해소시키고 있다"며 "궁극적으론 시장 점유율 상승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시사했다"고 했다. 플릿이란 자동차를 법인, 렌터카, 중고차 업체 등을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다올투자증권이 추정한 2026년 전기차 시장 규모인 1720만대를 감안하면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은 12.6%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는 올해 9%로 예상되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유 연구원은 "이번 발표 후 지역별 전기차 사업 전략 조정이 이어지며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점유율 상승까지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국내외 투자 계획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전기차 글로벌 시장 점유율 반등을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 양사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기준 4.7%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8.8%다. 김 연구원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가 미미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내수를 제외한 핵심 전기차 판매 지역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날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투자계획 발표에 힘입어 3~5%대 강세를 기록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 발표 대비 추가 증액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급등분에 대한 일부 되돌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최근 국내 자동차 업종의 실적 추정 상승 대비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코스피 대비 밸류에이션 할인율은 더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호실적은 의심 여지없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모습. 사진=뉴스1
1분기 실적에 대해선 호실적 달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김평모 연구원은 "강력한 내수 시장 내 판매 증가와 미국 내 판매를 고려하면 1분기에도 양사의 실적은 경쟁사들 대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판매대수·환율·인센티브로 인해 기존 하나증권 예상치보다 좋고, 최근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는 부합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연말~연초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낮은 인센티브를 유지하면서 견조한 판매 증가가 나오고 있어 질적 성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또 "전기차 판매 비중 상승과 개선된 주주환원 정책도 긍정적"이라며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22만5000원에서 23만5000원으로 올렸다. 기아의 목표주가에 대해선 지난 6일 이미 11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35조4936억원, 영업이익 2조66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7.15%, 영업이익은 38.1% 늘어난 수치다. 같은 그룹사인 기아의 전망치도 매출 22조3561억원, 영업이익 2조1655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21.7%, 34.8% 증가했다.

현대차 1분기 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불황으로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SK하이닉스도 3조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