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동반자 관계' 성명 발표·다극체제 논의·대만 문제 언급 피해
"미·중 대립 국면서 대세 거스르길 바란다는 것 보여줬다" 평가
마크롱 방중 후폭풍…"레드카펫 밟고 돌아와 대망신"
이달 초 중국을 국빈 방문해 사흘간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에 서방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자유주의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됐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서방에서 이러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지 않는 다극 체제에 대해 논의하며 이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는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경색된 외교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서방 주류와 차별화되는 독자 행보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크롱 방중 후폭풍…"레드카펫 밟고 돌아와 대망신"
방중 기간 중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의 수출을 통제하고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인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작년 경제 성장률이 3%대에 그쳐 올해 재기를 꿈꾸는 중국에는 희소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는 지난 100년간 일어나지 않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중국의 견해에 한발 다가서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장 피에르 카베스탄 홍콩 침례대 정치학 교수는 "중국과 미국의 냉전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마크롱의 대통령은 대세를 거스르기를 원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을 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 중심 체제로부터 독립을 주장한 샤를 드골(1890∼1970) 전 프랑스 대통령에 비유하며 그가 '드골주의'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말했다.

드골 전 대통령은 냉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자주성을 주장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인물이다.
마크롱 방중 후폭풍…"레드카펫 밟고 돌아와 대망신"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서방과 중국 사이의 견해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면서 사실상 아무런 돌파구도 찾지 못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7일 광저우 쑨원 대학교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이웃 국가를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또 중국이 지난 2월 발표했지만, 미국이 일축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중재안 중 일부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외교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 문제는 자신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중국이 이에 대해 과도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의 중국의 일부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