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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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이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필두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관련 기업들이 이탈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의 눈은 홍콩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은 지난해 10월 '가상자산 발전을 위한 성명' 발표를 기점으로 친(親) 가상자산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올 연말까지 약 8곳의 가상자산 기업에 라이선스를 내줄 계획이며 규제 개정을 통해 오는 6월 1일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해당 라이선스를 통해 전문 투자자, 기관 및 개인의 가상자산 거래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가상자산 헤게모니가 미국에서 홍콩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불확실성에 미국 가상자산 업계 위기

앞서 미국 SEC는 지난달 '증권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며 코인베이스(Coinbase)에 웰스 노티스를 통보했다. 웰스 노티스는 금융 당국이 불법 금융거래 등에 개입한 혐의가 있는 개인이나 기업을 소송하기 전 전달하는 사전 통지서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SEC의 집행 조치가 비합리적이라고 반발하며 이같은 SEC의 움직임이 미국 내 가상자산 업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규제 당국의 적대적인 환경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잃을 위험이 있다"면서 "의회는 조속히 명확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가상자산은 이제 유럽연합(EU), 영국, 그리고 홍콩까지 다른 국가들이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Kraken) 역시 스테이킹(Staking, 예치) 서비스가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SEC의 지침에 따라 지난 2월 이를 중단했다. 디지털 월렛 및 트레이딩 플랫폼 업홀드(Uphold)도 3월 미국 사용자 대상 스테이킹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렉스(Bittrex)는 오는 4월 말부터 미국 내 운영을 중단한다.

리치 라이(Richie Lai) 비트렉스 CEO는 미국 내 서비스 철회 이유로 규제 불확실성 및 합리적인 정책에 대한 미국 규제 당국의 관심 부족을 들었다. 그는 "현재 미국 규제 환경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면서 "규제 요건이 불분명하고 적절한 논의나 의견수렴 없이 시행돼 미국에서의 운영이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의 라울 팔 리얼비전 CEO 또한 "과거 많은 미국 은행들이 완화된 규제를 위해 런던으로 떠났던 것처럼 가상자산 회사들도 SEC의 가혹한 규제 조치를 피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특히 코인베이스와 서클 등이 미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벤처 캐피털(VC) 안데르센 호로위츠(a16z)는 11일(현지시간) '2023 State of Crypto'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웹3 산업 리더 자리가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8년에서 2022년까지 5년간 미국 내 가상자산 개발자 수는 글로벌 개발자 수 대비 26% 감소했다"라며 "업계 친화적 규제가 구축돼야 미국 개발자들의 혁신과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웹3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홍콩…가상자산 허브로 떠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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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을 떠나는 가상자산 기업들의 수요가 최근 가상자산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홍콩으로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현재 20개 이상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업들은 홍콩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비트, 후오비, 비트겟, 오케이엑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 등 약 80곳의 기업들이 홍콩 진출을 위해 관련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황이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웹3 관련 정책을 추진할 적기"라며 "홍콩은 웹3의 혁신을 위해 적절한 규제와 발전을 촉진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홍콩에서 개최된 2023 디지털 이코노미 서밋에 참석해 "홍콩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 발전을 위한 예산에 7억 홍콩달러(한화 약 1170억원)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홍콩의 친 가상자산 정책 행보가 중국의 엄격한 가상자산 규제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지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현재 가상자산 채굴과 발행, 거래를 금지하며 사실상 모든 가상자산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앞서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행, 교통은행, 상해푸동발전은행 등 중국 국영은행들은 홍콩 지사를 통해 가상자산 기업에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매체는 "중국 은행들이 홍콩을 통해 가상자산 기업에 주도적으로 접근한다는 소식은 중국 베이징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홍콩이 중국령인 만큼, 중국 당국이 가상자산 산업과 관련해 투자 규제 완화를 넘어 문호를 개방하는 적극적 투자로 넘어간 것 같다"라며 "실제로 중국에서 해외로 기반을 옮겼던 중국 기반 블록체인 회사들이 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과는 별개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홍콩 당국의 라이선스를 획득한 블록체인 벤처캐피털 해시키(Hashkey)의 시아오 펭 회장은 13일 홍콩 웹3 페스티벌에 참석해 "다수 가상자산 업계인들이 홍콩은 필연적으로 중국 본토와 동일한 규제를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정부는 일국 양제 체제 하에서 홍콩과 중국이 다른 법률을 기준으로 발전하려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에서 홍콩으로 가상자산 산업의 패권이 넘어가는 추세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홍콩보다는 이미 오랫동안 규제 친화적인 입장을 취해온 싱가포르, 유럽, 일본 등의 국가가 가상자산 산업에 있어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정치적, 규제적, 지정학적 차원에서 홍콩의 가상자산 규제가 안정권에 들어설 때까지 2~3년 정도의 추세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가상자산 벤처 투자가는 "중국의 가상자산 금지 기조가 홍콩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여전히 있다"라며 "홍콩이 갑자기 가상자산 친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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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림 블루밍비트 기자 flgd7142@bloomingbit.io, 조연우 블루밍비트 기자 told_u_so@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