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통신비 지출 줄이는 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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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마 위에 오른 단통법
기업이 마케팅비 더 쓰게 해야
송형석 IT과학부장
기업이 마케팅비 더 쓰게 해야
송형석 IT과학부장
‘빵집 A’는 항상 가격이 똑같다. 언제 가더라도 빵 한 개가 100원이다. 반면 ‘빵집 B’는 수시로 가격을 바꾼다. 어떤 날은 옆집처럼 100원을 받지만 70원, 80원에 빵을 파는 날도 적지 않다. 두 빵집에서 판매하는 빵의 품질은 동일하며 개당 100원 이상의 가격을 받는 일은 없다. 당신이 소비자라면 어떤 빵집을 선택할까.
갑자기 빵집 얘기를 꺼낸 것은 2014년 처음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단통법도 초기엔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불투명하게 지급되는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해 소비자가 ‘호갱’(호구와 고객을 얕잡아 부르는 ‘고갱님’의 합성어)이 되는 것을 막아줬다. 멀쩡한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사례를 줄인 것도 단통법의 효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기업 마케팅 비용의 상한을 법으로 정한 것이 문제였다. 경쟁할 이유가 사라진 통신사들은 보조금과 할인 혜택을 하나둘씩 거둬들였다. 소비자는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했고, 통신사의 영업이익은 늘었다. 빵집 B가 사라지고 빵집 A만 남으면서 소비자 모두가 호갱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10년 묵은 단통법이 최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운을 뗀 것이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정부는 국민의 소비자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통신비는 ‘통신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으로 나뉜다. 정부는 이 중 통신 서비스 요금에 먼저 메스를 댔다. 통신사에 ‘가성비’가 높은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도입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다음 차례는 올해로 시행 10년을 맞는 단통법이 될 전망이다. 단통법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통신비의 또 다른 축인 단말기 보조금을 낮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축이 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단통법 개정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TF는 약정 기간을 정해 휴대폰을 개통하면 월 요금제의 25%를 깎아주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를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통신비를 잡겠다는 정부의 행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정부의 규제나 행정지도는 당장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단통법이 ‘전 국민 호갱법’으로 전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빵집에 ‘가성비가 높은 적당한 크기의 빵을 만들라’(중간요금제)고 주문하면 내용물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통신사들이 공개한 중간요금제도 마찬가지다. 벌써 “가격은 찔끔 내리고 서비스 조합만 복잡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준비 중인 다음 주문은 ‘빵을 정기 구독하면 요금을 낮춰라’(선택약정 할인제도 개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주문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시장에 가만히 맡겨두면 수시로 이뤄질 ‘깜짝 세일’을 정부가 주문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결국 정석은 시장을 믿고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펑펑 쓰며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이들의 지출이 늘수록 소비자의 ‘지갑’은 두툼해진다.
갑자기 빵집 얘기를 꺼낸 것은 2014년 처음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단통법도 초기엔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불투명하게 지급되는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해 소비자가 ‘호갱’(호구와 고객을 얕잡아 부르는 ‘고갱님’의 합성어)이 되는 것을 막아줬다. 멀쩡한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사례를 줄인 것도 단통법의 효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기업 마케팅 비용의 상한을 법으로 정한 것이 문제였다. 경쟁할 이유가 사라진 통신사들은 보조금과 할인 혜택을 하나둘씩 거둬들였다. 소비자는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했고, 통신사의 영업이익은 늘었다. 빵집 B가 사라지고 빵집 A만 남으면서 소비자 모두가 호갱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10년 묵은 단통법이 최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운을 뗀 것이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정부는 국민의 소비자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통신비는 ‘통신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으로 나뉜다. 정부는 이 중 통신 서비스 요금에 먼저 메스를 댔다. 통신사에 ‘가성비’가 높은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도입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다음 차례는 올해로 시행 10년을 맞는 단통법이 될 전망이다. 단통법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통신비의 또 다른 축인 단말기 보조금을 낮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축이 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단통법 개정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TF는 약정 기간을 정해 휴대폰을 개통하면 월 요금제의 25%를 깎아주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를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통신비를 잡겠다는 정부의 행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정부의 규제나 행정지도는 당장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단통법이 ‘전 국민 호갱법’으로 전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빵집에 ‘가성비가 높은 적당한 크기의 빵을 만들라’(중간요금제)고 주문하면 내용물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통신사들이 공개한 중간요금제도 마찬가지다. 벌써 “가격은 찔끔 내리고 서비스 조합만 복잡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준비 중인 다음 주문은 ‘빵을 정기 구독하면 요금을 낮춰라’(선택약정 할인제도 개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주문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시장에 가만히 맡겨두면 수시로 이뤄질 ‘깜짝 세일’을 정부가 주문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결국 정석은 시장을 믿고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펑펑 쓰며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이들의 지출이 늘수록 소비자의 ‘지갑’은 두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