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왜 '46만 간호사票'를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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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손 들어준 '간호법 중재안'에 숨겨진 셈법
"法 통과땐 일자리 잃거나 범법자"
간호조무·요양보호사 모두 반대
46만명 잃고 220만명 얻는 셈
비대면 진료 앞두고 의협에 '당근'
尹 거부권 부담 덜어내기 관측도
"法 통과땐 일자리 잃거나 범법자"
간호조무·요양보호사 모두 반대
46만명 잃고 220만명 얻는 셈
비대면 진료 앞두고 의협에 '당근'
尹 거부권 부담 덜어내기 관측도
여야 원내대표가 12일 정부와 여당이 전날 내놓은 간호법 제정안 및 의료법 개정안(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한 중재안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들을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의료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당정이 사실상 의사들의 손을 들어준 중재안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의 간호사 표는 46만 명으로 14만 명인 의사보다 많기 때문이다. 의아해 보이지만 정치권에선 철저한 표 계산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보조 인력으로 전락하며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호법은 간호 서비스의 혜택 범위를 현재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까지 넓힌 게 골자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들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주장이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조무사는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사 없이 단독으로 근무할 수 없다”며 “일자리를 잃거나 범법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간호조무사는 자격 기준을 고졸 학력으로 제한한 것에 대한 반발도 컸다. 간호특성화고만 졸업하면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지만 전문대 이상을 나올 경우 간호조무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당정의 중재안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간호조무사의 학력요건은 ‘특성화고 이상’으로 명기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밖에 120만 요양보호사, 4만 응급구조사 등도 반대하고 있어 이들의 표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선 ‘의사협회 달래기’도 시급한 문제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등은 의사들의 협조가 필수다. 당정이 ‘당근’을 제시한 만큼 의사단체도 정부 정책에 우호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여당 입장에선 의사들에게 ‘우리가 이만큼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간호사보다 많은 간호조무사
여당은 46만 간호사 표는 잃을 위기에 놓였지만, 대신 83만 간호조무사 표는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간호법은 간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건·의료 직역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의사만큼 격렬히 반대하는 이들이 간호조무사다.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보조 인력으로 전락하며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호법은 간호 서비스의 혜택 범위를 현재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까지 넓힌 게 골자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들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주장이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조무사는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사 없이 단독으로 근무할 수 없다”며 “일자리를 잃거나 범법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간호조무사는 자격 기준을 고졸 학력으로 제한한 것에 대한 반발도 컸다. 간호특성화고만 졸업하면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지만 전문대 이상을 나올 경우 간호조무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당정의 중재안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간호조무사의 학력요건은 ‘특성화고 이상’으로 명기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밖에 120만 요양보호사, 4만 응급구조사 등도 반대하고 있어 이들의 표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추진 앞두고 의협에 ‘당근’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정부·여당이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당정에 모두 부담스러운 만큼 최대한 조정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전략이다.정부로선 ‘의사협회 달래기’도 시급한 문제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등은 의사들의 협조가 필수다. 당정이 ‘당근’을 제시한 만큼 의사단체도 정부 정책에 우호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여당 입장에선 의사들에게 ‘우리가 이만큼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