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전광훈 칭송'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판하면서 당 지도부를 거침없이 지적한 여파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한 참석자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논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직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당 상임고문으로 활동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입장을 내고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하시는 게 어떻나. 문제 당사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며 "입당 30여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 본다. 어이없는 당이 돼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17일 당 원로 등으로 이뤄진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에 위촉됐다. 이후 홍 시장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특유의 거침없는 언어로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혀왔다.

다만 최근 '전광훈 칭송' 등 논란을 빚은 김 최고위원을 비판하면서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지적한 게 이번 해촉의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지난 3일 당 지지율 하락을 비판하면서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고 출범 한 달도 안 된 지도부를 향해 비대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같은 날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분은 그 일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홍 시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홍 시장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잘하면 그런 말 안 들어도 된다. 당 상임고문은 언제라도 말할 수 있다"며 "(김 대표가) 그런 말 안 해도 지방자치에 전념하고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