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주가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월가에서는 이를 활용한 투자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1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대의 알레한드로 로페즈 리 금융학 교수의 실험을 인용해 "챗GPT가 뉴스 기사 제목으로 특정 주식의 주가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챗GPT는 오픈AI가 개발한 언어 기반 AI인 GPT 3.5에 채팅기능을 결합한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공식 개시됐다.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지난 6일 세계 사회과학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에 챗GPT로 수행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주식과 관련된 5만개 이상의 뉴스 제목을 AI에게 보여줬다. 연구팀은 AI에게 뉴스 제목을 분석해 특정 주식에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알 수 없는지를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연구팀은 특정 주식에 대한 AI의 답변을 토대로 수치로 만든 챗GPT 점수를 계산해 해당 주식의 다음날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챗GPT가 주가 관련 뉴스의 유불리를 구별해냈고, 점수가 높은 주식들이 그렇지 않은 주식들에 비해 수익률이 좋았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다만 챗GPT는 투자와 관련된 수학적 연산이나 목표 가격을 설정하는 등 일부 복잡한 투자 기법은 따라하지 못했다"며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챗GPT의 예측 기법을 사용해 호재와 악재의 영향이 더욱 빠르게 주가에 반영된다면 챗GPT의 수익 예측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월가에서는 AI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컬럼비아대 산하 자산운용사인 컬럼비아투자운용의 조너선 라킨 상무이사는 "그간 AI를 투자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언어 모델 혁신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AI를 이용하는 헤지펀드 운용사 볼레온 등이 설립됐고 다른 헤지펀드 뉴머라이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수익률 20%를 달성했다

WSJ는 "과거에도 금융권에서 투자용 AI를 개발한 바 있으나 챗GPT같이 인류의 역사와 사회 전반에 대한 수천억개의 매개변수를 사용하는 언어 기반 AI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규모가 작았다"고 지적했다. 시장 데이터는 언어 등 다른 데이터와 달리 변수가 많아 시장 움직임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 더 어렵다는 의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