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부동산PF 칼바람에…이지스-KKR 합작법인 설립 무산
이지스자산운용이 글로벌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와의 부동산 투자 합작법인(JV) 'IKR자산운용'에 대한 설립 절차를 중단했다. IKR은 국내 1위 부동산 투자 운용사와 글로벌 자산운용사 간의 합작법인이어서 주목받았다. 금융감독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에 대한 검사 기조가 강화되면서 인가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는 KKR과의 합작사 IKR자산운용 설립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지스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양사간 합작법인 설립에 최적 시점이 아니라는데 공감대가 있었고, 인가 신청 절차를 보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월 진행된 이지스에 대한 금감원의 수시 검사였다. 금감원은 올 들어 부동산 비중이 높은 펀드들에 대한 수시 검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현장 검사 이후 이지스의 신규 사업 추진이 올스톱됐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지스와 KKR 양사는 작년 4월부터 부동산 투자 관련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2018년부터 센트로폴리스 인수와 옛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 등 굵직한 사업에서 손을 맞잡는 등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바 있다.
지난해 10월 나온 IKR자산운용 채용 공고
지난해 10월 나온 IKR자산운용 채용 공고
합작 방식은 이지스자산운용의 100% 자회사인 이지스투자파트너스와 KKR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현 이지스자산운용 밸류애드투자파트의 운용인력이 주축이 돼 7400억원 규모 신한금융투자사옥이나 5700억원 규모 남산스퀘어 등을 IKR 기초자산으로 이관한다는 계획이었다.

IKR은 작년 10월 준법감시인과 경영지원팀 인력을 모집하는 등 설립 절차를 꾸준히 밟아왔다. 당시 IKR이 채용 공고에 밝힌 인가 예상 시기는 올해 1월이다. 실제 IKR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상업용 오피스 대어로 꼽혔던 '판교 알파돔타워' 1차 매각 입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IKR 설립 무산을 놓고 운용업계는 금감원 검사 강화의 본격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은 연초 부동산 PF 부실, 단기 자금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유동성 문제가 있는 부동산 펀드들에 대한 검사 기조를 강화 중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지스를 시작으로 부동산 펀드들에 대한 집중 검사가 본격화한 만큼, 앞으로도 부동산 펀드들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