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하반기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참석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제어의 필요성 사이에서 기준금리 동결 여부 및 인상 폭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파악됐다.

Fed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Fed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발 파장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완만한 경기 침체(mild recession)가 시작되고, 침체에서 벗어나기까지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작년 3월부터 지난 FOMC까지 Fed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으나, 은행 위기를 계기로 의견을 바꾼 것이다.

이 전망에 따라 3월 FOMC 참석자 중 일부는 은행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게 적절할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몇몇 인사는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통화정책 결정 시 유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Fed의 대응으로 단기간 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줄었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세여서 추가 긴축이 적절하다”고 했다. 당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0.25%포인트 인상으로는 물가 상승세를 잡기 어렵다고 봐서다. 이들은 은행 위기만 없었다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긴축 강도를 놓고 의견이 분열되긴 했지만, FOMC 위원 18명(1명 부재) 중 투표권이 있는 11명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데 만장일치를 이뤘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은행 위기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4.75~5.0%로 올렸다. 당시 Fed는 결정문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문구를 빼고 ‘추가적인 긴축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넣었다. 또 올해 말 금리 전망치를 올릴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깨고 기존 전망치인 연 5.1%(중간값 기준)를 유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