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가 "술집 갈래?" 묻는 시대 온다
인공지능(AI)이 적용된 NPC(사람이 조작하지 않는 게임 속 등장인물)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메타버스 속 캐릭터와 친구가 되거나 사랑에 빠지는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와 구글 연구진은 최근 AI가 적용된 NPC 25개를 상호 작용시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한 게임(사진)을 개발한 뒤 챗GPT 기반 AI를 각각의 NPC에 장착했다.

연구진은 이틀간 NPC들이 마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했다. 그 결과 NPC들은 아침 시간에 맞춰 요리를 하거나 출근을 하는 등 사람의 생활과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라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서로를 소개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밤에는 다음날 일정을 계획하고 지나간 하루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NPC들이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NPC가 파티를 계획하고 다른 NPC들을 초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서로 의논하며 점심 식사 장소를 고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식사하기로 했다가 마을에 술집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술집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사람과 다른 점도 있었다. 1인용으로 설계된 기숙사 화장실에 여러 NPC가 함께 들어가거나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가게에 들어가려고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모습 등이 연출됐다. 챗GPT 기반 AI가 인간을 완전히 모방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스탠퍼드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생성 AI에 기반한 NPC가 가상 대화형 소프트웨어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상용화를 위해서는 생성 AI가 야기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