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지표에 대한 미국 주식시장의 민감도가 낮아졌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장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던 때에 비해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졌다는 얘기다. 금리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의 관심은 경기침체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12일(현지시간)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작년과 같이 물가 발표 직후 증시가 큰 변동성을 나타내는 현상은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브라이언 레빗 글로벌시장 전략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석은 수치로 확인된다. 마켓워치와 다우존스 마켓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S&P500지수의 평균 등락 폭이 지난해 1.9%에서 올해 0.7%까지 낮아졌다. 작년 한 해 19% 이상 주저앉았던 이 지수의 7일 평균 변동률은 이날 기준 0.3%를 밑돌고 있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애초 CPI는 고용 지표에 비해 증시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Fed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자 그 충격파가 증시 변동성을 높였다.

실제로 지난해 8월 CPI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8.3%로 나타나자 S&P500지수는 4.3% 급락했다. 반대로 10월 CPI 상승률이 7.7%로 전망치를 밑돌자 S&P500지수는 5.5% 상승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가지수가 CPI 상승률에 따라 이 정도로 큰 폭의 등락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이었다.

올해부터는 경기침체 가능성과 불황 진입 시점 등이 주가 등락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Fed는 이날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완만한 경기침체’가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