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여서 외교적 실리를 챙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광폭 외교가 계속되고 있다.

13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는 지난 12일 상하이에 도착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5일까지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14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교역과 협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고 있는 통신업체 화웨이의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이 불법 기업으로 규정한 화웨이의 시설을 룰라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브라질이 중국의 편에 섰다는 표시로 읽힐 수 있어서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각국 통신망에 ‘백도어(인증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심어 기밀 정보를 빼낸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이 2020년 9월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기업이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 화웨이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재한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은 “룰라의 화웨이 방문은 미국을 화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방중 기간 양국의 교역 강화와 교육·과학기술 교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 등에 관한 20여 건의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는 자국으로 각국 정상들을 불러들여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시 주석의 광폭 외교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작년 10월 시 주석의 연임이 확정된 이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잇달아 중국을 찾았다.

시 주석은 주요 국가에 경제적 실리를 안기면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5~7일 중국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과의 교류 확대 등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데 주력한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직후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우면서 미국과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에 대해 “우리(유럽인) 문제가 아니다”며 “미국의 추종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34건(38조원 규모)의 투자 협정을 체결해 사우디에 선물 보따리를 안기기도 했다. 최근 사우디는 중국 주도의 안보협력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파트너로 가입하는 등 중국에 힘을 싣고 있다. 룰라 대통령의 방중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룰라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미국과 다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