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지금까지 8회에 걸쳐 사양산업이지만 자신 만의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일본과 세계를 제패한 히로시마 강소기업 다섯 곳을 살펴봤다. 죽어가는 시장에서 오히려 성장궤도를 달린 이 기업들은 네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첫째는 지역의 강점을 활용해서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히로시마는 면 생산지이면서 쌀 집산지, 그리고 일본 4대 공업단지다. 면과 쌀, 고무라는 지역의 터전에서 오늘날 가이하라데님, 스핑글컴퍼니, 사타케, 이마다주조, 캐스템과 같은 강소기업이 태어났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지역의 터전을 활용했지만 모태사업을 고집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모태사업으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살려 시대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가이하라데님은 남색 기모노를 만들던 회사에서 일본 최대 청바지 원단 회사로, 사타케는 양조용 정미기 전문 회사에서 세계 최대 곡물 가공기기 회사로 변신했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케스템은 붕어빵 회사에서 일본 1위 금형회사로, 고무를 만들던 이치만은 고급 스니커즈 제조사 스핑글컴퍼니로 변신했다.

셋째로 일찌감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전환했다. 가이하라 마모루 가이하라데님 사장은 "대량생산을 포기한 대신 항상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한 일본에서 계속 청바지 원단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구니하라 나오키 스핑글컴퍼니 마케팅 담당자는 "'올 메이드 인 재팬'의 수작업을 고집하는데 스핑글컴퍼니의 부가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다 다쿠오 캐스템 사장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수지 같은 기초 원료까지 과학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캐스템 뿐"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독자적인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설사 시장이 쇠퇴하더라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일본과 세계 1위에 오른 히로시마 강소기업들은 일찌감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는 점도 비슷하다. 최근 ESG 경영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히로시마 강소기업들은 달랐다. 캐스템이 대표적이다. 도다 사장이 회사를 물려받았을 때 시급한 과제는 직원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사양산업에 중소기업, 거기다 대표적인 3D 업종인 이 회사에서 일하겠다는 젊은이들이 없었다.

기존 직원들도 회사를 그만두기 일쑤였다. 도다 사장은 높은 이직률의 원인을 위험하고 지저분한 근무환경에서 찾았다. 일터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바꿨다. 남성 근로자가 많은 금형산업이지만 여성 근로자가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점은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올해 못 쓴 휴가를 내년 휴가에 더해 쓰는 휴가 이월제도를 도입했다. 육아휴직을 2개월씩 4번에 걸쳐 나눠 쓸 수 있게 했다. 복직을 하더라도 아이에게 신경 쓸 일이 많은 현실을 감안해 하루에 4시간, 6시간 등 본인이 원하는 시간 만큼만 근무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했다.

실제로 둘러 본 캐스템 본사는 기계·금속 제조기업이라기보다 정보기술(IT) 기업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젊은 여성 사원이 유독 많은 점도 눈에 띄었다. 덕분에 지금은 1년에 800~1000명이 지원하는 인기 회사가 됐다. 매년 캐스템 일본 본사 전체 직원(275명)의 3~4배나 많은 젊은이들이 이 회사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쌀을 40%만 깎아도(정미보합 60%), 50% 이상 깎는 것(정미보합 50% 이하)과 같은 맛과 향을 내는 사타케와 이마다주조의 편평정미 역시 ESG의 조류에 잘 들어 맞는다. 쌀 깎는 시간과 전기료, 쌀의 낭비를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판매가격을 3분의 1로 낮출 수 있으니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다.

가이하라데님은 ESG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기도 전인 10년 전부터 ESG 경영을 체계화했다. 섬유업은 오염물질을 대량 배출하는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바꿨다. 오수와 대기오염물질,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 여부를 상세하게 공개한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청년들 몰리는 회사 '반전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이런 목표치를 2012년 처음 제시했다. 오수, 대기오염 물질, 온실가스 배출량 모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물과 폐기물의 재활용 목표치도 2012년부터 제시해서 실천하고 있다.유급휴가 사용일(평균 11일), 육아휴직 사용률(100%), 평균 잔업시간(11.94시간) 등 직원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정보도 상세하게 공개한다.

히로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