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중국 기업의 함부르크항 컨테이너 터미널(CTT) 지분 인수 승인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경제부는 올 초 CTT를 외국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재분류했으며, 현재 중국 국유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가 함부르크항만공사(HHLA)로부터 CTT 지분 24.9%를 인수하는 계약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아테 바론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정부의 대중국 정책 변화에 따른 조사이며 최종 승인을 보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와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부 장관은 현재 대중국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를 강화하는 것에 대응해 독일 정부는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독일의 계약 재검토와 관련,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독일이 기업들에 공정하고 차별 없는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 직전인 지난해 10월 해당 계약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지분율은 당초 코스코가 희망했던 35%에서 24.9%로 낮췄다. 반중 전선을 이끄는 미국이 당시 지분율 축소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독일은 코스코가 의결권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이며, CTT의 고객사 정보나 운영 시스템에 접근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2021년 12월 취임한 숄츠 총리는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기독민주당)과 소속은 다르지만, 중국에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균형 외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었다. 이런 기조 아래 코스코의 CTT 지분 인수도 허가했다.

하지만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녹색당, 자유민주당은 이에 이견을 표출해 왔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를 사실상 지지하고,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를 강화하자 숄츠 총리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녹색당 소속 베어보크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중국과 한국,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하면서 낸 성명에서 유럽은 대만해협에서 현재 상태가 일방적으로 변경되거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방중 직후 대만 문제를 "우리(유럽) 일이 아니다"고 선언하면서 유럽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도 추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과는 다른 기조다.

베어보크 장관은 "중국은 유럽에 있어 협력국이자 체제 경쟁자로, 중국이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유럽의 대중국 정책의 나침반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13~15일 중국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 장관 겸 국무위원과 제6차 외교안보 전략대화를 주재하고, 중국 외교라인 최고위 인사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이어 15일에는 한국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연 뒤 16∼18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