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기로에 선 국일제지가 본격적으로 회생절차를 시작한다. 업계에선 국일제지가 새 주인을 찾기에 성공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지 주목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국일제지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공동관리인으로는 이용호 국일제지 대표와 김종철 씨를 선임했다.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 및 주주의 목록 제출 기간은 오는 27일까지로,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은 올해 7월 13일까지로 정했다.

국일제지의 회생절차를 대리하는 조동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번 개시 결정을 통해 채권자 목록이라든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짧게 잡은 만큼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종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978년 설립된 국일제지는 특수지와 산업 용지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국내 담배용 박엽지 시장을 독점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2세 경영인인 최우식 전 국일제지 대표가 2018년 설립한 그래핀 개발·제조기업 '국일그래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먹튀 논란' 국일제지 회생절차 개시…"새 주인 찾는다"
국일제지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 그 다음날인 14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1주일 후인 21일엔 외부감사인이 감사 의견을 거절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45년 역사의 제지기업이 위기를 맞은 데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무리한 차입과 당시 경영진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방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 전 대표는 지난해 보유 지분 4100만 주(지분율 32.1%)를 담보로 대부업체로부터 290억원을 대출받았다. 자본시장법상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대부업체가 지난달 6~8일 국일제지 주식 611만 주를 반대매매로 장내 매도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최 전 대표까지 이때 보유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지분 매각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3일 2110원이던 국일제지 주가는 가파른 하락세를 타며 현재 800원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자 최 전 대표는 지난달 말 임기 만료와 함께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국일제지 경영진은 이용호 단독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꾸려져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핀 회사에 수십억원을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시제품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자재가격 상승과 전기료·연료비 증가 등으로 경영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대출 상환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법조계는 국일제지가 회생절차 과정에서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변호사는 "채무자 회사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선 회사를 매각할 새 주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