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진=REUTERS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진=REUTERS
"챗GPT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공유 도구지만 아이폰과 같이 혁신적인 제품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챗GPT, 아이폰보다 영향력 적어"…AI가 살려낸 스티브 잡스

그래픽=한경DB
그래픽=한경DB
최근 중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레이커지(雷科技)'는 2011년 사망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독특한 형식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에서 잡스는 '챗GPT는 모든 것을 바꾼 혁신적인 제품인가'라는 질문에 "아이폰은 우리가 모바일 기기에 대해 생각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고, 스마트폰과 앱(애플리케이션) 도입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게임체인저'로 작용했다"면서 "챗GPT의 경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지만, 아이폰보다는 영향력이 적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후임자로 12년째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도 "저는 더 이상 회사에 있지 않지만, 애플의 혁신·전통을 이어가는 그의 리더십과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평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은 그를 '제품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그가 제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믿는다. 애플은 항상 사람들의 삶은 변화시키는 제품을 만들어 왔으며, 쿡의 리더십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혁신과 품질에 집중하는 것이 (애플과)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하게도 이 인터뷰는 실존하는 스티브 잡스를 대상으로 진행한 게 아니다. 생전에 잡스가 남긴 글과 어록 등의 자료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키고 챗봇을 통해 답변을 받았다. AI를 통해 온라인에서 부활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설계 의도부터 애플 브랜드에 대한 철학까지 다양한 질문에 대해 술술 답변을 내놨다.
영상=신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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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까지 입히자 "진짜 잡스인 줄"…사기 등 악용 우려도

AI 기술 발달 고도화로 유명 인물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부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개발자는 스티브 마인드(Steve Mind)라는 챗봇 앱을 통해 스티브 잡스와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앱에 "위대한 CEO가 되려면 핵심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챗봇은 △팀에 권한을 부여하고 신뢰하는 능력 △미래에 대한 명확한 계획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팀에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주는 능력 △스트레스에 저항하고 냉정한 머리를 유지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잡스의 스타일대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챗봇 AI에 잡스의 전기와 연설문, 편지 등을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잡스의 생전 음성을 AI에 학습시킨 사례도 있다. 글로벌 음성 스타트업 포에버 보이스(Forever Voices)는 잡스의 목소리를 AI에 학습시킨 뒤 이를 챗GPT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에 연결해 페이스북 메신저로 쌍방향 음성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잡스의 사망 사실을 모르는 이가 듣는다면 진짜 스티브 잡스와 대화했다고 착각할 정도로 음색이 비슷하고 호흡도 자연스럽다.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유명인 등 원하는 사람 누구나와 가상 대화가 가능한 셈이다.
챗GPT. 사진=로이터
챗GPT. 사진=로이터
다만 이런 AI 활용성을 두고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된다. 조작된 AI 음성과 영상 등을 악용해 가짜 뉴스를 만들거나 사기 등 범죄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생성된 답변 또한 최신 정보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잡스의 답변은 현 시점에서 실존하는 그에게 동일한 질문을 건넸을 때, 최신 정보와 각종 경험으로 가치관이 바뀐 잡스가 완전히 상이한 답변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AI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자 최근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은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난립하는 서비스에 대해 안전장치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생성형 AI를 규제하는 입법안을 검토 중이다. 새 AI 모델이 공개되기 전 공인된 특정한 절차를 밟도록 하는 등 규제 장치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유럽 역시 공동으로 인공지능(AI) 규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도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방안 초안'을 공개하고 신규 생성형 AI 서비스 출시 전 당국의 안전 평가를 받도록 했다. 중국의 경우 체제 유지를 위해 인터넷을 철저히 검열하고 있는 당국이 반정부적 메시지와 정보들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