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종목 집중탐구

공급 증가세 둔화되고 중국 리오프닝 수혜로 흑자전환 기대감
“中 경기회복세 기대 못 미칠 가능성에 신규 공장 가동 부담”
대한유화의 석유화학 설비 전경. /사진=한경DB
대한유화의 석유화학 설비 전경. /사진=한경DB
이달 들어 증권가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가 평균)는 치솟았는데,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린 종목이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거의 유일한 순수 납사분해설비(NCC) 기업인 대한유화 이야기입니다.

이 종목 주가는 2021년 2월16일 고점(39만3500원)을 찍고 작년 9월까지 지루한 약세 흐름을 이어가며 주가가 4분의1토막(9월28일의 10만3000원) 수준까지 빠지기도 했습니다. 석유화학 시황이 장기 불황에 빠진 탓이었습니다.

내리막 끝에는 오르막이 왔습니다. 작년 4분기에 들어선 이후 ‘석유화학 업황의 최악이 지났다’는 기대와 함께 한달 반 가량 랠리가 나타났습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올해 2월23일 18만9900원을 찍었습니다.

다만 더 뻗어나가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힌 모습입니다. 지난달 중순 박스권 하단인 120일 이동평균선을 터치하고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선 다시 힘이 빠지며 또 120일선까지 밀렸고, 직전 거래일인 14일엔 반등하며 16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마켓PRO] "최악 지났다" vs "기대 과도"…대한유화 주가 어디로?
증권가에서는 주가 전망이 엇갈립니다. 석유화학 시황이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긍정론과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부정론이 맞서고 있죠.

우선 목표주가 컨센서스부터 살펴보죠. 지난 2월말부터 17만3000원에 묶여 있다가 1분기 실적 프리뷰(전망) 시즌이 들어선 이달 4일 23만6500원으로 튀었고, 현재는 21만8250원을 기록 중입니다.

유안타증권이 가장 높은 30만원을 지난 4일 제시해 컨센서스를 끌어 올렸지만, 신한투자증권과 흥국증권이 20만원을 내놔 하향 안정시켰습니다. 다만 두 증권사가 내놓은 숫자는 기존 15만원대이던 목표주가를 훌쩍 상회합니다.

가장 부정적인 증권사는 키움증권입니다. 지난 1월19일 내놓은 17만3000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목표주가 추정일 당일 주가는 17만7000원입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놓은 셈이죠. 대한유화에 대한 키움증권의 투자의견은 ‘중립’을 의미하는 ‘마켓퍼폼’입니다.

코로나發 호황서 잉태된 ‘최악 시황’…이제는 끝날까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가 더 많으니 긍정적인 전망부터 확인하죠. 작년 10월 랠리의 배경이 됐던 ‘최악은 지났다’는 논리입니다.

대한유화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6억원 적자입니다. 작년 적자폭 2146억원과 비교하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회복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1분기 419억원, 2분기 9억원입니다. 하반기부터는 흑자전환을 예상한 겁니다.

당장 2분기부터 흑자전환해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길 거라고 전망한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월부터 주력 제품인 에틸렌 스프레드 회복이 복격되고 있다”며 “톤(t)당 스프레드(수익성지표)가 작년 4분기 180달러에서 올해 3월 270달러까지 개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는데, 에틸렌은 석유화학설비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지는 기초 제품으로 보면 됩니다. 이 기초 제품 가격에서 설비에 투입하는 원재료인 납사(석유 정제 부산물) 가격과 운송비용 등을 뺀 게 스프레드입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톤당 300달러 수준을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으로 봅니다.

많이 회복됐다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여전히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군요. 그러니까 이전까지를 ‘최악’이라고 불렀겠죠.

석유화학 업황을 최악으로 밀어 넣은 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에 따른 초과 공급입니다. ‘중국에서의 대규모 증설로 인한 전 세계 업황 악화’라는 흐름은 석유화학업계에서만 나타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늦었죠.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은 2016년 국제 분쟁으로까지 번졌고, 정유산업도 ‘티팟(찻주전자)’으로 불리는 중국의 소규모 정제설비 난립이 장기 불황을 초래했습니다.

중국에서의 석유화학 설비 난립이 어려웠던 이유는 공급선의 경직성 때문이었습니다. 에틸렌이 설비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제품인데, 그대로 판매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을 몇 단계 더 가공해 고객사가 원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판매됩니다. 각 구매사마다 필요한 플라스틱의 물성은 다 다를 겁니다. 공급사와 구매사 사이에서 필요한 물성을 맞춰가는 게 쉬운 과정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번 형성된 공급선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소규모 설비로 석유화학업에 뛰어들어 살아남기가 힘든 이유입니다.

변수가 된 건 코로나19 사태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플라스틱 공급은 쪼그라들었는데, 재난지원금과 같은 경기 부양책이 나오자 수요가 예상보다 높아졌습니다. 석유화학 기업들 실적은 팬데믹이 터진 첫 해인 2020년부터 호황이었습니다.

초과 수요가 초과 이익으로 이어지면 공급이 늘어납니다.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증설 러시가 중국을 중심으로 일어납니다. 설상가상으로 증설 설비가 가동되기 시작한 2022년께부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에 나서면서 경기를 짓눌렀습니다. 공급증가와 수요감소가 함께 나타난 겁니다.

이런 상황도 달라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황규원 연구원은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글로벌 신규 증설 클라이맥스가 지나고 있어 스프레드 (회복의) 지속성이 기대된다”며 “올해 하반기로 접근할수록 증설 압박이 크게 완화돼 내년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공급이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중국에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코로나19 규제를 뒤늦게 푼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때문입니다.
[마켓PRO] "최악 지났다" vs "기대 과도"…대한유화 주가 어디로?

“과도한 ‘중국몽(夢)’…정상화 수준의 80%까지만 회복할 것”

석유화학 시황 전망이 가장 부정적인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중국의)개인 소비는 고용 및 소득 불안으로 회복세도 더디고, 투자 수요는 인프라와 국영기업 부분을 제외하고는 부진할 전망”이라며 “중국 경제는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경기 정상화로 보는 기준의 80% 수준까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의 석유화학설비가 이미 크게 늘어난 상황도 부담입니다. 정경희 연구원은 “수출비중이 높고, 그중 중국 비중이 높은 국내 화학산업에서 중국의 수요는 중요한 이슈”라면서 “과거 대비 낮아진 중국의 수요 성장률, 높아진 자국 자급률은 우리의 중국 (수요 증가로부터 기대되는) 회복에 대한 낙관을 가로막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새로 가동을 시작한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규모는 연간 생산능력 기준으로 성홍그룹 125만톤, 시노펙 하이난 100만톤, 페트로차이나 지에양 120만톤, 산지앙화학 100만톤 등입니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 중심의 (석유화학설비) 증설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신증설 (설비의 가동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상반기까지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 반등세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비용 상승 가능성까지 커졌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의 모임인 OPEC+가 밝힌 추가 감산 계획에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입니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납사의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첫째주 납사 가격은 685달러로, 전주 대비 6% 상승했습니다. OPEC+가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일일 석유 생산량을 116만배럴 줄이겠다고 지난 2일 발표한 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을 돌파한 시기와 맞물립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