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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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JP모간체이스를 시작으로 1분기 ‘어닝시즌(실적 발표)’이 시작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 이후 금융 시스템 건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씨티은행, 웰스파고, 블랙록,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 등이 이날 뉴욕증시 개장 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오는 18일, 모건스탠리는 19일 발표가 예정돼 있다.

대형 은행은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 수입이 불어난 덕분이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JP모건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02억달러(약 13조원)으로 추정된다. 순이자 수입 전망치는 전년보다 36% 불어난 191억달러다. CNBC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에서 ‘뱅크런’이 나타나면서 JP모건으로 예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골드만삭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350달러에서 385달러로 상향했다. 작년 한 해 IB 부문 수익이 48% 주저앉은 반면, 트레이딩 부문 거래량이 16% 늘어나면서 손실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브래넌 호퀸 UBS 애널리스트는 “매력적인 가격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산관리 플랫폼과 금융 비즈니스의 성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소형 은행들의 상황은 정반대다. 모건스탠리는 올해와 내년 중형 은행의 주당순이익(EPS) 평균 전망치를 각각 17%, 27% 낮췄다. 대형 은행의 EPS 하향 폭은 4%, 15%로 더 낮다. 글로벌 IB 에버코어 ISI는 최근 연구 노트에서 “중형 은행들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은행 위기에 따른 고통이 불균등하게 배분되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Fed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29일 미 은행업계에선 약 3120억달러의 예금이 인출됐다. 상위 25개 은행들은 이 기간 180억달러를 벌었지만, 그 외 은행들은 212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모건스탠리는 중형 은행들의 올해 순이자 수입이 평균 7.1%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발표 후 은행주들의 주가 흐름이 향후 증시 향방의 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S&P500지수에서 은행주들의 비중은 4%에 불과하며, 그간 은행 실적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도 “이번 분기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정보업체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최고경영자(CEO)도 “은행 대부 시장은 경기 활황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금융업 실적 개선세는 증시를 끌어올리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며 “은행 실적은 나머지 어닝시즌에 대한 가늠자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