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4일 오후 3시38분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외화 자금을 조달하면서 통화를 다변화하고 있다. 향후 불거질 수 있는 금융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자금 조달처 다변화"…이종통화 채권 발행하는 기업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 대출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통상 외화로 발행할 경우 달러 표시 채권이 선호된다. 하나은행은 달러화로 조달해도 금리 차가 없는 상황에서 유로화 채권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하나은행 유로화 커버드본드의 신용등급을 ‘AAA’로 매겼다.

한 외국계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지난해 최악의 유동성 경색을 겪은 뒤 자금 조달 창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며 “새로운 자금 조달 시장 개척은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미국 등에서 불거질 수 있는 금융 리스크를 대비한다는 의미다.

이종통화 채권은 유로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섰다. 오는 7월 발행을 목표로 100억~200억엔(약 982억~196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3억2000만호주달러(약 2818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주금공이 캥거루본드(호주달러 표시 채권)를 발행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도로공사도 최근 캥거루본드 발행을 위해 JP모간 등을 주관사단으로 선정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달러화 채권 시장도 안정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5억달러(약 6492억원)어치 달러화 채권을 찍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발행한 ‘성평등 사회적 채권(Gender Bond)’이다. 성평등 등에 초점을 맞춘 채권으로 조달 자금은 여성 교육과 차별 개선 등에 활용된다. SK온, 국민은행 등도 달러화 채권 발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