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첫 지역감염이 보고된 뒤 의심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자발적으로 검사받는 환자가 늘면서다. 방역당국은 13일 엠폭스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높였다.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계속 남는 ‘토착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주일 만에 다섯 번째 지역감염

국내 감염 잇따르는 엠폭스…"치명률 낮지만, 의심 증상 땐 조기진단 받아야"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질병관리청은 14일 국내 열 번째 엠폭스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구에 사는 이 환자는 해외여행 이력이 없지만 최근 3주 안에 엠폭스 감염원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밀접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질병청 콜센터를 통해 검사를 요청했다. 방역당국은 이 환자에게 엠폭스를 옮긴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등을 파악하고 있다. 국내 엠폭스 유행 양상은 이달 7일부터 바뀌었다. 여섯 번째 환자가 첫 지역감염 사례로 보고되면서다. 1주일 만에 4명의 환자가 추가됐다. 각각 서울 경기 전남 대구 등에 거주하는 데다 환자들 간 명확한 연결고리도 확인되지 않았다. 신고되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예상보다 많다는 의미다. 첫 지역감염 환자가 보고된 뒤 의심 증상을 신고하는 환자는 늘고 있다. 당분간 확진 사례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숭이에서 1958년 처음 발견

엠폭스 바이러스는 1958년 덴마크 코펜하겐 국립혈청연구소가 키우던 원숭이에서 처음 확인됐다.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첫 사람 감염 사례가 나왔다. 이 질환이 유럽과 북미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같은해 6월 국내에서도 첫 해외 유입 환자가 나왔다.

엠폭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 원숭이 등을 만지거나, 엠폭스 환자와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다. 임신부 환자를 통해 태아가 감염되기도 한다. 엠폭스에 걸리면 발열, 두통, 발진, 림프절 비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 증상만으론 수두, 홍역이나 성병 등과 구분하기 어렵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최장 잠복기인 3주(21일) 안에 성접촉 이력이 있고 성기나 항문 등에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면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美선 흑인·HIV 감염자 사망위험 높아

엠폭스 환자는 대부분 2~4주 정도면 자연 치유된다. 치명률도 1%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의심 증상이 있으면 조기에 진단받아야 한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엠폭스를 주로 성인 남성 간 성접촉 등으로 전파되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110개국 8만6956명이 진단받았다. 사망자는 21개국에서 119명이 확인됐다.

CDC가 1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엠폭스 감염자의 81.9%는 최근 3주 안에 성 접촉 경험이 있었다. 사망자는 증상이 생긴 뒤 사망까지 68일 정도 걸렸다. 미국 감염자의 94.9%는 남성이었다.

미국 감염자의 32.9%인 흑인은 사망자의 86.8%를 차지했다. HIV 감염자는 엠폭스 감염자의 44.9%였는데 사망자 중에선 86.8%에 이르렀다. 흑인이나 HIV 감염자가 엠폭스에 걸리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국내 감염 잇따르는 엠폭스…"치명률 낮지만, 의심 증상 땐 조기진단 받아야"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해외에선 지역감염이 확산하면서 여성, 임신부, 소아 환자 비율이 높아졌다. 엠폭스가 성병 같은 풍토병으로 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엠폭스는 감염 노출자 중심 포위접종(링백시네이션)을 시행한다.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노르닉의 진네오스가 미국 유럽 등에서 승인받았다. 미국 시가테크놀로지의 항바이러스제인 티폭스가 치료제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