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성이 떨어지는 일명 ‘못난이 농산물(비규격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폐기 수순을 밟곤 했던 기형·소형 농산물을 활용해 환경 보호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각광받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피부에 양보하세요
화장품 브랜드인 라타플랑은 최근 전남 순천의 무농약 인증 농가에서 못난이 미나리를 구입해 ‘미나리 진정라인’ 7종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농약을 치지 않는 무농약 재배는 일반 재배보다 못난이 농산물이 더 많이 나오는데, 이를 정상 미나리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온 뒤 원료로 쓴다.

라타플랑 관계자는 “건강한 미나리가 단지 모양이 가지런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을 보고 못난이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로 했다”며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농가와 상생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감자·복숭아 등 다양한 못난이 농산물이 화장품 원료로 재탄생하고 있다. 제주 구좌읍에서 생산되는 못난이 당근은 코스모코스의 스킨케어 라인인 ‘비프루브 리얼캐롯’에 쓰인다. 비프루브 리얼캐롯은 생활용품매장인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식물성 화장품이다. 쏘내추럴이 제작하는 ‘쏘비건 어글리 포테이토 마스크’는 강원 강릉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생감자를 활용한다.

버려지는 식자재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운송 및 손질 과정에서 상처가 나기 쉬운 양배추 겉껍질을 사용한 스킨케어 브랜드 글리어가 대표적이다. 경기도 학교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경기도농수산진흥원에 따르면 재료 손질 과정에서 매일 500㎏ 정도의 양배추 겉껍질이 버려진다. 글리어는 이렇게 버려지는 겉껍질을 받아 ‘그린캐비지 스프레이 홉 토너’라는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전체 농산물 중 많게는 30%가량이 못난이 농산물로 분류된다.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못난이 농산물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식품업계에는 이 같은 농산물을 활용하는 ‘푸드 리퍼브’ 움직임이 있다. 푸드 리퍼브는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와 하자를 수리해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는 제품을 뜻하는 ‘리퍼비시드(refurbished)’의 합성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에서 시작된 푸드 리퍼브 열풍이 뷰티업계로 확산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 절감, 농가 상생, 환경 보호 등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