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부터 첨단 패키징, 테스트까지 제조 전 과정을 책임지는 ‘패키징 턴키 서비스’에 들어갔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해 생산하는 ‘전공정’은 물론 이종(異種) 칩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데이터 처리 성능을 극대화하는 ‘패키징(후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턴키 서비스를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들의 물량을 수주하고 대만 TSMC 추격의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수제 양복 같은 ‘맞춤형’ 반도체

삼성 파운드리 "턴키 서비스로 TSMC 추격"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최근 패키징 턴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테스트에 이르는 칩 제작 공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것이다. 고객사들은 수제 양복을 맞추듯 자사 맞춤형 칩의 제작 전 단계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맡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하나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여러 층으로 쌓은 D램 등을 함께 배치하는 2.5차원(D) 패키징, 다양한 CPU·D램 등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는 3D 패키징 등 첨단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사 상황에 따라 세계 2위 후공정업체 앰코(AMKOR) 등과 협업해 가장 빠르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종합반도체기업 역량 발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본업인 생산뿐만 아니라 후공정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추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생산 공정에선 회로 미세화를 통해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반도체 제조사와 고객사 모두 이미 제조된 칩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첨단 패키징 기술에 관심을 쏟고 있다.

첨단 패키징 시장은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글로벌 첨단 패키징 시장 규모는 2021년 27억4000만달러(약 3조5600억원)에서 2027년 78억7000만달러(약 10조22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수의 D램을 묶어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한 ‘고대역메모리(HBM)’를 개발하고, HBM을 CPU와 연결하는 ‘이종 집적 기술’을 고도화한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말 정기 조직개편 때는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직속으로 ‘AVP사업팀’을 신설해 첨단 패키징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강점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 파운드리, 패키징 사업을 다 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기업’이란 것”이라며 “고객사의 혁신을 돕기 위해 칩 제조 공정의 모든 단계에서 최고의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TSMC 추격 속도

턴키 서비스의 주요 타깃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같은 빅테크 기업이다. 이들은 AI·고성능컴퓨팅(HPC) 기술 고도화를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게 첨단 패키징을 통해 성능이 고도화된 반도체다.

고객사들은 턴키 서비스로 반도체 조달 기간을 단축하고 공급망관리(SCM)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턴키 서비스를 통해 TSMC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TSMC는 일찌감치 턴키 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만 현지에 5개의 패키징 전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일본 이바라키현에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센터도 열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