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사 작전' 이끈 이익성 센터장
최진오 대장은 인왕산 불길 잡아

이달 들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잇달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현장의 소방관과 산림청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내며 불길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27년차 소방관인 이익성 충남 홍성 광천119안전센터장은 지난 2일 발생해 사흘간 이어진 홍성 산불에서 ‘고산사 작전’을 지휘했다. 이 센터장은 “2일 홍성군 서부면에서 산불이 나자마자 문화재청에서 고찰 고산사를 꼭 지켜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건조한 날씨에 낙엽이 쌓인 야산은 불길이 번지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 센터장은 “산불 이틀째인 3일 밤 9시반부터 4일 새벽까지 대웅전의 북동, 북서, 서남부에서 세 차례에 걸쳐 차례로 불길이 접근해왔다”고 했다. 소방청·산림청·문화재청 직원들은 밤새 어둠 속에서 흙과 땀, 물로 뒤범벅된 채 진화 현장을 뛰어다니며 악전고투를 벌였다. 산불은 절을 제외한 3면의 숲이 모두 불타고 날이 밝은 뒤에야 잡혔다. 그는 “불길이 보물339호 대웅전의 70m 코앞까지 달려들어 아찔했다”며 “2005년 강릉 양양 낙산사 대화재를 반복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지켰다”고 했다.
지난 2일 서울 인왕산에서 난 산불도 서울시민들에게 산불의 위험성을 톡톡히 알렸다. 종로소방서 대원들은 “인왕산은 평소 산불 신고가 잦은데, 이번엔 단순 화재나 오인 신고가 아니라 진짜 큰 산불이었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인왕산은 해발 338m로 높진 않지만 가파르다. 무거운 물호스를 들고 급히 바윗길을 타고 오르다 낙석에 맞을 뻔하거나 부상을 당한 대원이 여럿이라고 그는 전했다. 종로소방서 두 팀은 각각 700m, 900m까지 소방호스를 거듭 연결하고 나서야 간신히 물을 뿌릴 수 있었다. 돌산 위로 무거운 물호스를 끌고 오르는 것은 온전히 사람의 몫이다. 최 대장은 “끊임없이 ‘수관(물호스) 좀 더 가져오라’고 소리쳐야 했다”고 돌이켰다.
인왕산 산불은 축구장 21개에 해당하는 15.2㏊를 태우고야 꺼졌다. 소방관들은 “비가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현장을 지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성=김대훈 기자/최해련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