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평양 인근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흰색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평양 인근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흰색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14일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라고 밝혔다. 작년 말 고체 추진 엔진의 지상 연소 실험을 한 북한이 넉 달 만에 시험 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중거리 이상 북한 탄도미사일이 모두 기습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공화국 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 주력 수단으로, 중대한 전쟁 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 발사가 단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 발동기들의 성능과 단분리 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 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북한이 고체 연료 ICBM 기술을 확보하면서 북핵 공격을 사전 탐지해 타격하는 한국의 ‘킬 체인’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체연료를 쓰면 액체연료와 달리 주입 시간이 필요 없어 미 정찰위성 감시 등을 피해 은밀하고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의 고체 연료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킬 체인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신형 ICBM을 이전처럼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로 발사한 것도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화성-18형을 1단은 정상 각도로, 2·3단은 고각 방식으로 발사했다. 초기 단계라도 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의 정상 각도 발사를 감지하고 홋카이도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 경보를 내렸다가 정정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장에서 발사의 모든 과정을 지휘했다. 딸 김주애와 부인 이설주,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도 시험 발사 모습을 지켜봤다. 김정은은 “적들을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등의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