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 회사에 정부가 이전보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적게 할당한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회생절차로 인해 배출량이 대폭 감소한 것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조선사 A사가 환경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연간 3만t 할당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기간인 2018~2020년엔 연간 약 16만t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았지만 3차 계획기간(2021~2025년) 할당량은 약 3만t으로 줄었다. 정부는 A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2018년 4월~2020년 5월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폭 줄어든 것을 반영해 배출권 규모도 줄였다.

A사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A사는 “다른 조선사에 한참 못 미치는 배출권을 할당받아 추가 배출권 구매에 46억원을 써야 하는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환경부가 고시한 지침에 비춰보면 회생절차 기간은 빼고 할당량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해 배출권 할당 규모를 정하고 있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취소 지침을 통해 ‘자연재해나 화재, 노후화에 따른 시설교체 때문에 배출이 현저히 감소한 연도가 있으면 그 해를 제외하고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회생절차는 환경부 고시에서 정한 객관적인 불가항력의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출권을 늘려달라는 A사의 요구도 “경기 호황에 가동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배출권을 할당하면 같은 업종의 다른 업체들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