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희의 미래인재교육] 청소년 비만, 프랑스式 미각교육이 해법 될 수 있다
교육부의 ‘2021년 학생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기준으로 초·중·고 학생 중 30.8%가 비만군으로 분류됐다. 학생 3명 중 1명꼴이다. 그중 11.8%는 과체중, 19.0%는 비만이었다. 아동·청소년의 비만군율은 2016년 22.9%에서 2017년 23.9%, 2018년 25.0%, 2021년 30.8%로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는 성인 비만으로 직결되므로 조만간 한국 사회가 ‘비만 안전지대’를 벗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청소년 비만 증가율을 감안할 때 2030년에는 한국 성인 고도비만 인구가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로 인한 비만율 증가까지 고려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아동·청소년 비만은 생활 관리를 잘못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지원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국가적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공교육을 통해 모든 계층의 청소년 비만 증가를 억제하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며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우리나라는 2009년 식생활교육지원법을 제정하고 환경·건강·배려 등 ‘바른 식생활’ 정착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현재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식생활 교육은 5, 6학년 실과 교과서 가정 영역의 식생활 단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요약된 형태다. 학교급식법 제13조는 영양(교)사가 학교 급식 식재료에 관한 교육과 그 외 수업시간 및 점심시간을 활용해 영양교육을 시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급식 메뉴와 식재료 정보를 안내하는 수준에 그친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비만율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매우 특별한 식생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1974년 프랑스 화학자 자크 퓌세가 초등학교에서 최초로 시작한 ‘맛 교육 수업’이 바로 그것이다. 퓌세는 1970년대 식품의 산업화로 인해 아이들의 입맛이 단맛 위주로 편협해지는 것을 우려해 다양한 맛을 가르치는 미각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맛을 가르친다’는 퓌세의 미각교육 이론은 영양학적 근거에 기초해 ‘좋은 음식’을 미리 규정해서 가르치는 기존의 영양교육과 차별화된다.

어려서부터 오감을 통해 다양한 맛을 느끼며 미각 감성을 발달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다양한 식자재와 향신료를 직접 조리해 음미하고 그 느낌을 말과 글로 표현하며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단순한 영양교육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다양한 맛을 즐기는 기쁨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스턴트 음식과 단맛 음료를 멀리하도록 돕는 것이다. 비만 예방, 성인병 예방 효과도 볼 수 있다.

퓌세의 미각교육은 현재 ‘사페레(Sapere: 라틴어로 ‘맛보다’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영국,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선진국의 식생활 교육이 영양교육에서 미각교육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영양주의적 관점으로만 접근했던 우리나라 식생활 교육도 미각교육 중심으로의 전면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아동·청소년 비만인구 증가는 개인의 건강한 삶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 아동·청소년기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식생활 교육이야말로 공교육에서 우선순위에 둬야 할 교육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