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으로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을 둔 기업 노사에 대해 사법 조치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부터 단체협약에 이 조항을 둔 60곳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기한 내 단협을 개정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이참에 ‘현대판 음서제’이자 공공연한 채용 비리인 노조의 고용 세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

노조 조합원 자녀의 일자리 승계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회의 평등을 부정하고 젊은 구직자의 일자리를 약탈하는 최악의 불공정 행위라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귀족 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는 공고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고용세습처럼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노사 단협을 유지하고 있는 100인 이상 사업장 노조 10곳 중 7곳이 민주노총을 상급 단체로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킨다던 노조가 다른 노동자의 기회를 빼앗는 이율배반의 적폐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청년 구직자의 피해를 방기해왔다.

이런 노동계 구태 악습이 근절되지 않은 데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법상 고용세습 특혜의 징벌은 과태료 500만원에 불과하다. 관련 논란이 일 때마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돼왔다. 정부는 연내 마련 예정인 공정채용법에 고용세습 적발 시 징역형 등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뒤늦은 조치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와 함께 노조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이 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일자리 시장에 공정을 확립하는 일에 야당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툭하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을 외쳐온 더불어민주당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