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황사 발원지 논란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가 한반도를 넘어 일본까지 덮쳤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올해 가장 강력한 두 차례의 황사가 수도 베이징에서 600㎞ 이상 떨어진 몽골에서 발생했다”고 했다. 황사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 몽골임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발(發) 황사’라는 한국과 일본 언론의 표현에 발끈했다. 재난, 지옥 등 선동적인 용어를 사용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의 불만이 근거가 없지는 않다. 황사는 주로 몽골 사막에서 발원한다. 보통 저기압의 활동이 왕성한 3~5월에 많이 발생한다.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사막 흙먼지가 사흘쯤 걸려 한국까지 온다. 황사의 주성분인 황토 혹은 모래의 크기는 0.2~20마이크로미터(㎛)로, 한국까지 오는 것은 1~10㎛ 정도다. 신라에 ‘흙비가 내렸다’는 삼국유사 기록이 있을 정도로 황사는 오래된 자연현상이다.

현대에 와서 황사가 논란이 된 것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중국 북부와 몽골의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돼 황사 발생 횟수가 증가한 데다 황사가 중국 동북부 산업지대를 거치며 미세 오염물질도 끌고 오기 때문이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엄연히 다르다. 황사는 칼슘, 철분, 알루미늄 등 토양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미세먼지는 주로 연소 작용으로 발생하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이다. 황사는 모래 알갱이라 건강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반면 혈액까지 침투하는 미세먼지는 몸 전체로 흘러들어 심장마비와 폐암, 천식, 호흡기 감염 등을 일으킨다.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이쯤 되면 중국 탓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미세먼지는 국내에서도 발생한다. 2019년 한·중·일 첫 공동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초미세먼지 중 국내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 절반가량이고, 32%는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봄마다 중국 탓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기에는 국경이 없기에 국지적인 해법도 불가능하다. 양국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중국에 책임을 더 묻고자 한다면 장기적이고 철저한 자료 수집과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