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역 의원 등 당내 인사들에게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체 진상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돈 봉투 전당대회’ 악재가 당 전체로 퍼지는 걸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돈 봉투 살포 의혹이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계파 갈등 재점화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진상 규명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필요하다면) 조사도 할 수 있다”며 “당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당 조직인 윤리심판원이 아닌 진상조사단 같은 별도 기구가 꾸려져 진상 파악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 대표 후보 캠프 측 윤관석 의원(3선) 등이 동료 현역 의원과 지역본부장 등 40여 명에게 돈 봉투를 전달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민주당은 ‘정치 검찰의 국면전환용 기획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윤 의원이 돈 봉투 살포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휴대폰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며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자체 진상 규명에 나서는 데는 확산일로에 있는 사법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체 진상 파악 결과를 앞세워 필요하다면 ‘꼬리 자르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정치적 쇼잉(보여주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태가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당대회 당시 ‘이심송심’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송 전 대표 당선에 친명계의 지원이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송 전 대표가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에 도전하며 지역구(인천 계양을) 의원직을 내려놓자, 이 대표가 해당 지역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친명계 지원을 받았던) 송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송 전 대표가) 제 발로 귀국하는 게 좀 더 당당하지 않겠냐”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