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구는 2012년 처음으로 50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이 세계 일곱 번째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20-50클럽’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통계청은 대전 통계센터 앞에서 시민들과 자축 행사를 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한국은 ‘국가 소멸’ 우려까지 나올 만큼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위기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고 국가 존립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2012년 48만4600명 대비 반토막 났다. 출생아 수는 7년째 감소하고 있다. 반면 사망자 수는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의 인구는 12만3800명 자연 감소(출생아 수-사망자 수)했다. 인구 자연 감소 폭은 2020년 3만2611명, 2021년 5만7118명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1년부터는 거주 외국인을 감안한 총인구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기본 시나리오 기준 2041년, 최악 시나리오 기준 2031년 한국 인구는 5000만 명 선이 붕괴될 것이라고 통계청은 전망했다.

인구 감소는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의 주축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면서 경제 활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등 각종 복지 시스템이 무너지는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더 뻗어나가기 위해 혁신하기보다는 사회를 유지하기에도 급급한 환경으로 바뀌는 것이다.

상징적인 숫자이긴 하지만 인구 5000만 명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한국경제신문이 제안하는 이유다. 최근 한경 설문조사에서도 25~45세 남녀 800명 중 52.3%가 인구 5000만 명을 지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연령별로는 25~29세가 가장 많은 공감(55.6%)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출범 당시 저출산 문제 해결을 국정 우선순위로 내세우며 한국의 ‘적정 인구’를 5000만 명으로 제시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