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뉴스1
국민의힘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된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기현 대표를 향해 "극우세력과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쳐내지 못하고 황교안 전 대표처럼 똑같은 길을 가고 있으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고 그간 쓴소리의 배경을 밝혔다.

홍 시장은 지난 16일 밤 페이스북에 "당대표가 돼 바쁜 건 이해하지만, 전당대회 이후 우리 당이 가장 시급했던 일은 극우와의 단절이었다"면서 이같이 적었다. 현재 이 글은 홍 시장의 페이스북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글을 지우거나 비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지금 전광훈 사태를 내가 침묵하고 그냥 지나간다면 김 대표는 모든 책임을 나에게 뒤집어씌우고 해촉했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벌써 검사장 출신 수석대변인(유상범 의원)을 시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수석대변인의 최근 발언을 겨냥해 "소위 검사장 출신이란 사람이 언론에 나와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알 것 같아 해촉했다'는 저급한 상식 이하의 말을 하고 다니는 것만 봐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알 수 있지 않냐"며 "마치 분란의 원인이 내게 있는 것으로 마무리되면 나는 앞으로 아무런 말도 아무런 메시지도 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밀한 이야기는 물밑으로 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당대회 때 수시로 의견교환을 했지만 당 대표가 된 이후에는 단 한 번 통화한 일도 없고 소통한 일도 없는데 어떻게 내밀하게 소통하냐"며 "이젠 총선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지도부 리스크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기로 결정했다. 해촉 이유로는 현직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당 상임고문으로 활동한 전례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다만 홍 시장에 대한 김 대표의 반감이 작용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광훈 칭송'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판하면서 당 지도부를 거침없이 지적한 여파로도 풀이된다. 홍 시장은 지난 3일 당 지지율 하락을 비판하면서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고 출범 한 달도 안 된 지도부를 향해 비대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안다"며 "(홍 시장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지금 당의 당 대표를 흔들기 위한 모습이 되고 굉장히 아주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말들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