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지켜주세요"…국민 87% 만족하는데 '고사 위기' [긱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비대면 진료 법제화 대국민 서명 운동 시작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돼왔던 '비대면 진료'가 다음달이면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낮추면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닥터나우, 굿닥 등 관련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는 플랫폼 업계와 의료계, 국회, 정부 등의 입장이 제각각 조금씩 다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최근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자세히 정리해 봤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플 때 진료받을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를 지켜주세요. 지난 3년간 1379만 명의 국민이 이용한 비대면 진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박재욱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비대면 진료 허용을 위한 '릴레이 챌린지'를 제안하며 쓴 글이다. 박 의장은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곧 하향 조정되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현재 비대면 진료가 일부 허용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될 때 전화나 화상 통화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되며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다음달이면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 될 수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에서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다음달 초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더 이상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코스포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총 1379만 명이 2만5697개의 의료기관에서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봤다. 이 기간 의료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이용에 만족을 표시한 비율은 87.9%에 달했다.
박 의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아프면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 비대면 진료의 핵심"이라며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도 의료진을 만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스포는 박 의장의 릴레이 챌린지와 함께 대국민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초진과 재진 구분 없이 지금처럼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데 동의하는 국민 서명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서명 운동 결과는 정부와 국회에 전달해 국회 스타트업 연구단체 ‘유니콘팜’이 발의한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촉구할 계획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99%가 초진 환자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은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률안에 대해 “코로나19 이전으로 역행하는 원격의료 규제법”이라며 “이로 인해 실질적인 비대면 진료 서비스 중단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도 지난 13일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법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유니콘팜은 ‘특별히 제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해 공동 발의를 준비 중이다. 대표 발의자는 유니콘팜 공동 대표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법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초진·재진 원칙을 따로 담지 않았다. 사실상 초진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열어둔 것이다. 대신 허용 환자 범위의 세부 사항은 보건복지부가 추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공을 넘겼다.
기존 발의된 법안이 허용 환자 범위를 ‘만성질환자·정신질환자 등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한 환자’ 등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과 대조된다. ‘되는 환자’ 대신 ‘안 되는 환자’를 규정한 네거티브 방식 규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법안은 비대면 진료 범위를 건강·질병의 지속적 관찰, 진단, 상담, 내원 안내 및 처방까지로 규정했다. 다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 방사선 사진·영상 촬영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진찰받는 환자가 본인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환자가 마약류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 등에 대해선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도록 했다.
미국과 일본은 1997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고, 계속해서 적용 범위 등을 확대해왔다. 국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비대면 초진의 경우 주요 7개국(G7)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원격의료 시범 사업을 시행하는 등 가장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1997년 관련 법을 제정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이다. 이후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준비 및 대응지원법’으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확대했다. 의회에서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각종 규제 완화 등도 검토 중이다.
한국과 비슷한 의료 시스템과 환경을 갖춘 일본은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해왔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 온라인 초진을 임시로 허용한 뒤 비대면 초진 허용 정책으로 전환했다. 2021년에는 원격의료 특례 조치의 항구화를 하면서 초진 대면 진료 규정을 삭제했다. 일본 전역에서 1만 곳 넘는 의료 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이고, 도쿄에만 1700여 곳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영국은 2008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영국 보건부는 당시 원격의료가 사망률을 낮추고, 불필요한 병원 입원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영국은 원격의료를 대면 방식의 진료와 동일한 의료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규제하는 특정 법률은 없다.
프랑스는 2009년 원격의료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2018년부터 원격의료를 합법화했다. 프랑스는 원격진료 대상자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만성질환자나 재진 환자, 진료 과목 등의 제한 없이 모든 환자에게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독일은 2004년 원격의료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2018년 초진 환자 대상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캐나다는 1976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는 등 관련 서비스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원격의료가 하나의 새로운 의료 방식일 뿐이며 대면 의료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를 규제하는 별도 법은 없다.
의료법을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 13명 가운데 의료계 출신은 모두 5명이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전혜숙·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명이 약사 출신이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간호사,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1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여야 의원 대부분은 비대면 진료 허용을 위한 법 개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범사업 명목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진료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면 당장 불편함을 느낄 국민이 많다”며 “의료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현행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시범사업을 통해 제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한시적 비대면 진료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일부 우려에 대한 보완 방법을 마련하겠다”며 “비대면 진료가 조속히 제도화되도록 의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관련 내용 법제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관련 법 통과가 지체되고, 시범사업만 추진될 경우 비대면 진료의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은 오진 가능성, 약물 오남용, 건강보험 수가 문제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꺼리고 있다. 비대면 진료 수가는 기존 진찰료에 전화 상담 관리료 30%를 더한 130%다. 대한의사협회는 150%를 요구하고 있다.
복지위에 소속된 의사·약사 출신 의원들이 국민 전체 복리보다 특정 직업 종사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약사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21대 국회에선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와 의료계가 소비자 편익보다 집단적 이익,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 한 가지 더
비대면 진료, 야간 이용이 활발하다
국내 대표적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 이용자들은 20~23시(16.3%) 야간 시간대 이용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 비대면 진료는 주변 병원이나 약국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닥터나우는 ‘24시간 처방약 배송 서비스’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존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던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연중무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변 병원과 약국을 찾기 어려운 새벽 시간이나 공휴일에도 비대면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 24시간 처방약 배송 서비스는 서울 전역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닥터나우에서 가장 많이 진료를 요청한 증상은 '감기'로 조사됐다. 환절기를 맞아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면서 비대면 진료 이용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감기는 지난달 전체 비대면 진료 요청 증상 중 30.7%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전월 대비 3.3% 증가했다. 더불어 알레르기와 같은 계절성 질환(16.4%), 소화 불량과 두통을 포함한 통증(15.3%) 등 경증 질환 진료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진료를 요청한 과목은 소아청소년과(18.5%)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요청은 전월 대비 4% 증가했다. 지난달 개학 등에 대면 접촉이 증가하고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면서 이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박재욱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비대면 진료 허용을 위한 '릴레이 챌린지'를 제안하며 쓴 글이다. 박 의장은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곧 하향 조정되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현재 비대면 진료가 일부 허용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될 때 전화나 화상 통화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되며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다음달이면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 될 수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에서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다음달 초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더 이상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사 위기 몰린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굿닥, 솔닥 등 30개에 이르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비대면 진료를 못하게 될 경우 회사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코스포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총 1379만 명이 2만5697개의 의료기관에서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봤다. 이 기간 의료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이용에 만족을 표시한 비율은 87.9%에 달했다.
박 의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아프면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 비대면 진료의 핵심"이라며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도 의료진을 만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스포는 박 의장의 릴레이 챌린지와 함께 대국민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초진과 재진 구분 없이 지금처럼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데 동의하는 국민 서명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서명 운동 결과는 정부와 국회에 전달해 국회 스타트업 연구단체 ‘유니콘팜’이 발의한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촉구할 계획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99%가 초진 환자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은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률안에 대해 “코로나19 이전으로 역행하는 원격의료 규제법”이라며 “이로 인해 실질적인 비대면 진료 서비스 중단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도 지난 13일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법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유니콘팜은 ‘특별히 제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해 공동 발의를 준비 중이다. 대표 발의자는 유니콘팜 공동 대표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법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초진·재진 원칙을 따로 담지 않았다. 사실상 초진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열어둔 것이다. 대신 허용 환자 범위의 세부 사항은 보건복지부가 추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공을 넘겼다.
기존 발의된 법안이 허용 환자 범위를 ‘만성질환자·정신질환자 등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한 환자’ 등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과 대조된다. ‘되는 환자’ 대신 ‘안 되는 환자’를 규정한 네거티브 방식 규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법안은 비대면 진료 범위를 건강·질병의 지속적 관찰, 진단, 상담, 내원 안내 및 처방까지로 규정했다. 다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 방사선 사진·영상 촬영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진찰받는 환자가 본인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환자가 마약류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 등에 대해선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도록 했다.
G7 국가 중 6개국이 '비대면 초진' 허용
해외에서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비대면 진료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관련 산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비대면 진료를 제도적으로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다.미국과 일본은 1997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고, 계속해서 적용 범위 등을 확대해왔다. 국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비대면 초진의 경우 주요 7개국(G7)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원격의료 시범 사업을 시행하는 등 가장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1997년 관련 법을 제정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이다. 이후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준비 및 대응지원법’으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확대했다. 의회에서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각종 규제 완화 등도 검토 중이다.
한국과 비슷한 의료 시스템과 환경을 갖춘 일본은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해왔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 온라인 초진을 임시로 허용한 뒤 비대면 초진 허용 정책으로 전환했다. 2021년에는 원격의료 특례 조치의 항구화를 하면서 초진 대면 진료 규정을 삭제했다. 일본 전역에서 1만 곳 넘는 의료 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이고, 도쿄에만 1700여 곳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영국은 2008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영국 보건부는 당시 원격의료가 사망률을 낮추고, 불필요한 병원 입원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영국은 원격의료를 대면 방식의 진료와 동일한 의료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규제하는 특정 법률은 없다.
프랑스는 2009년 원격의료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2018년부터 원격의료를 합법화했다. 프랑스는 원격진료 대상자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만성질환자나 재진 환자, 진료 과목 등의 제한 없이 모든 환자에게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독일은 2004년 원격의료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2018년 초진 환자 대상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캐나다는 1976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는 등 관련 서비스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원격의료가 하나의 새로운 의료 방식일 뿐이며 대면 의료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를 규제하는 별도 법은 없다.
국회에 발목 잡힌 의료법 개정
주요 선진국처럼 국내에서도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5건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의사·약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의료법을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 13명 가운데 의료계 출신은 모두 5명이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전혜숙·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명이 약사 출신이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간호사,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1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여야 의원 대부분은 비대면 진료 허용을 위한 법 개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범사업 명목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진료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면 당장 불편함을 느낄 국민이 많다”며 “의료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현행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시범사업을 통해 제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한시적 비대면 진료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일부 우려에 대한 보완 방법을 마련하겠다”며 “비대면 진료가 조속히 제도화되도록 의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관련 내용 법제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관련 법 통과가 지체되고, 시범사업만 추진될 경우 비대면 진료의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은 오진 가능성, 약물 오남용, 건강보험 수가 문제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꺼리고 있다. 비대면 진료 수가는 기존 진찰료에 전화 상담 관리료 30%를 더한 130%다. 대한의사협회는 150%를 요구하고 있다.
복지위에 소속된 의사·약사 출신 의원들이 국민 전체 복리보다 특정 직업 종사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약사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21대 국회에선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와 의료계가 소비자 편익보다 집단적 이익,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 한 가지 더
비대면 진료, 야간 이용이 활발하다
국내 대표적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 이용자들은 20~23시(16.3%) 야간 시간대 이용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 비대면 진료는 주변 병원이나 약국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닥터나우는 ‘24시간 처방약 배송 서비스’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존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던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연중무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변 병원과 약국을 찾기 어려운 새벽 시간이나 공휴일에도 비대면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 24시간 처방약 배송 서비스는 서울 전역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닥터나우에서 가장 많이 진료를 요청한 증상은 '감기'로 조사됐다. 환절기를 맞아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면서 비대면 진료 이용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감기는 지난달 전체 비대면 진료 요청 증상 중 30.7%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전월 대비 3.3% 증가했다. 더불어 알레르기와 같은 계절성 질환(16.4%), 소화 불량과 두통을 포함한 통증(15.3%) 등 경증 질환 진료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진료를 요청한 과목은 소아청소년과(18.5%)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요청은 전월 대비 4% 증가했다. 지난달 개학 등에 대면 접촉이 증가하고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면서 이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