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사망…집 앞엔 수도 요금 독촉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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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넘어가 보증금 9천만원 못받아…사망자 벌써 3명
17일 전세사기 피해자인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인천시 미추홀구 아파트.
현관문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수도 요금 체납을 알리는 노란색 경고문이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남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반려동물 배변 패드, 고인의 이름이 적힌 약봉지 등도 보였다.
집에서 혼자 살며 개와 고양이를 기르던 평범한 회사원으로 알려진 A(31)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9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였다.
그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지난해 6월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그동안 똘똘 뭉쳐 전세사기 피해에 대응하던 이 아파트 세입자들은 갑작스레 들려온 비보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들은 평소 A씨가 이른 새벽에 출근해 오후 늦게 귀가하면서도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하던 모습을 기억했다.
아파트 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병렬씨는 "A씨는 생업 때문에 전세사기 대응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항상 미안함을 전했다"며 "그래도 본인이 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2주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도 일단 버티고 살자며 대화를 나눴는데 오전에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서로 의지하고 함께 대응하던 주민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세입자는 "낙찰자가 조만간 낙찰 대금을 납입하면 우리 집도 영락 없이 비워야 하는 처지"라며 "가슴 아픈 소식만 계속 전해지니 이제는 하소연할 힘도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날 오전 2시 12분께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집에 남겨진 유서에는 전세사기 피해 등으로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천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인 요구로 보증금을 9천만원으로 올렸다.
이후 경매에 넘어간 이곳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이 8천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고, 이에 따라 A씨는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미추홀구에서는 A씨처럼 처지를 비관한 20∼30대 세입자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오피스텔 보증금 9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던 B(26)씨가 미추홀구 자택에서 사망했다.
B씨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도 요금 6만원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았다.
앞서 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 빌라에서도 보증금 7천만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숨졌다.
유서에는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책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별다른 구제를 받지 못한 채 경매에 넘어간 집이 낙찰되며 하나둘 쫓겨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토교통부와 인천시는 일단 경매 진행을 중지시킨 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현관문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수도 요금 체납을 알리는 노란색 경고문이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남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반려동물 배변 패드, 고인의 이름이 적힌 약봉지 등도 보였다.
집에서 혼자 살며 개와 고양이를 기르던 평범한 회사원으로 알려진 A(31)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9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였다.
그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지난해 6월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그동안 똘똘 뭉쳐 전세사기 피해에 대응하던 이 아파트 세입자들은 갑작스레 들려온 비보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들은 평소 A씨가 이른 새벽에 출근해 오후 늦게 귀가하면서도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하던 모습을 기억했다.
아파트 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병렬씨는 "A씨는 생업 때문에 전세사기 대응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항상 미안함을 전했다"며 "그래도 본인이 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2주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도 일단 버티고 살자며 대화를 나눴는데 오전에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서로 의지하고 함께 대응하던 주민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세입자는 "낙찰자가 조만간 낙찰 대금을 납입하면 우리 집도 영락 없이 비워야 하는 처지"라며 "가슴 아픈 소식만 계속 전해지니 이제는 하소연할 힘도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날 오전 2시 12분께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집에 남겨진 유서에는 전세사기 피해 등으로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천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인 요구로 보증금을 9천만원으로 올렸다.
이후 경매에 넘어간 이곳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이 8천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고, 이에 따라 A씨는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미추홀구에서는 A씨처럼 처지를 비관한 20∼30대 세입자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오피스텔 보증금 9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던 B(26)씨가 미추홀구 자택에서 사망했다.
B씨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도 요금 6만원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았다.
앞서 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 빌라에서도 보증금 7천만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숨졌다.
유서에는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책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별다른 구제를 받지 못한 채 경매에 넘어간 집이 낙찰되며 하나둘 쫓겨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토교통부와 인천시는 일단 경매 진행을 중지시킨 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