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빙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가 적용되면서 검색 능력이 향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구글은 AI 기술을 확대 적용한 신형 검색엔진 개발을 통해 고객사 이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구글 연매출 4조원 날아갈 수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설정된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빙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삼성전자의 검색엔진 변경 검토 소식을 지난달께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구글 직원들의 메시지를 살펴본 결과, 삼성의 움직임에 대한 구글의 반응은 ‘패닉’이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14년째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사용하고 있다. 검색 엔진을 활용하는 대가로 삼성전자는 구글에 매년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검색엔진을 빙으로 교체하면 구글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NYT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갤럭시 기본검색 'MS 빙'으로?…구글 '충격'

구글 주도 검색시장에 균열


구글은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압도적 1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세계 검색 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3.2%에 달했다. 2위는 MS의 빙으로 점유율은 2.9%다. 모바일 검색 엔진 시장에서는 격차가 더 크다. 구글은 전체 시장의 96.6%를 장악하고 있다. 빙은 0.5%에 불과하다.

최근 MS가 검색 엔진에 발 빠르게 AI를 도입하며 구글이 주도하고 있는 검색시장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S는 빙에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하며 검색 능력을 향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로이터에 따르면 챗GPT를 적용한 3월 7일 이후 20일까지 빙의 방문자 수는 1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글 검색 방문자 수는 1% 가까이 줄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검색에서 구글은 여전히 절대 우위에 있지만, 우리가 구글을 자극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검색엔진 교체를 검토한다는 것도 검색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삼성전자의 변화는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구글의 검색 사업에 잠재적 균열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구글 대신 빙을 선택하면 검색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기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27.1%로 애플(28.4%)과 1위를 다투고 있다.

구글 ‘메자이’ 프로젝트로 반전 노려


구글은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개발해 지난 2월 공개했다. 시장은 “MS가 적용하는 챗GPT 등 경쟁사 서비스의 성능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공개 행사에서 바드가 오답을 내놨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구글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구글은 AI 기능을 적용한 검색 엔진을 내놓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직원 160명을 투입해 진행 중인 메자이(Magi)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구글은 메자이 프로젝트로 AI를 결합한 새로운 검색 엔진을 다음달 미국에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엔 최대 100만 명에게만 기능을 공개하고, 연말까지 최대 3000만 명에게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