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리스·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을 대폭 높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분기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기아, 상업용 전기차로 美 'IRA 장벽' 뚫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1분기 미국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은 28%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별로는 1월 25%, 2월 27%, 3월 29%로 증가세다. 지난해까지 이 회사의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은 3~5%에 그쳤다.

리스와 렌털 등 상업용 전기차의 경우 제조 국가와 상관없이 미국에서 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과 동일하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가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배경이다.

현대차·기아는 IRA 상업용 전기차 가이던스가 발표된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3~5% 수준의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을 30%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친환경차 판매량은 작년 12월부터 회복 추세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을 앞세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 1~3월 국내외 전기차 판매량은 13만549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만5027대)보다 49.7% 늘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증가 폭이 더 컸다. 1분기 해외 판매량은 10만4517대로 작년보다 93.4% 급증했다.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이 설정한 올해 전기차 판매량 목표 달성도 순조로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는 58만8000대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로 33만 대를, 기아는 최근 인베스터 데이에서 25만8000대를 제시했다. 지난해 판매 대수(약 37만1800대)보다 20만 대 이상 많다.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한 국산 친환경차 수출도 증가 추세다. 지난달 전기차와 수소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미국 수출은 역대 최고치인 1만4000대로 집계됐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친환경차 수출량 역시 1년 전보다 79.5% 급증한 7만1781대에 달했다. 역대 최대치다.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국산 자동차 수출액도 크게 뛰었다.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한 65억1800만달러(약 8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배성수/이슬기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