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 트렌드

“저점 대비 많이 올랐지만, 고점 대비 여전히 낙폭 과대”
“긴축 완화 기대감이 주가가 호재에 반응할 환경 만들어”
재무리스크 불씨…자본금·현금 여유 충분한지 살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 학술대회 모멘텀을 계기로 이달 들어 제약·바이오 섹터의 주가가 모처럼 시원스럽게 오르고 있다. 올해까지 제약·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가 돌아오기 쉽지 않다던 전문가들의 태도도 하나둘 바뀌고 있다.

다만 2020년말 이후 2년 넘는 기간 동안 장기 하락 추세가 이어진 탓인지, 전문가들의 태세 전환은 조심스럽다는 평가다.

17일 KRX헬스케어지수는 2905.54에 마감됐다. 이달 들어서만 섹터 지수가 12.74% 치솟았다. 월말까지 현재 수준이 유지되면 2020년 12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폭 상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2년여 동안 한 번도 뚫리지 않고 저항선(주가 상승이 저항을 받는 지수선)으로 작용하던 200일 이동평균선을 지난 11일 돌파한 뒤에도 주가는 이틀간 오름세를 탔다.

2년여만의 반등 배경으로 긴축 완화 기대감이 꼽혔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로 시작된 은행권 위기로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긴축을 조만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부상했다. Fed의 통화긴축은 대표적 성장주인 바이오테크 종목들 주가를 작년 내내 짓눌러왔다.

헬스케어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저점과 비교하면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겠지만, 과거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낙폭 과대 상태”라고 평가했다.

바이오주가 재평가될 행사도 이어진다. 이번에 모멘텀이 됐던 AACR 연례 학술대회가 19일 폐막한 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논문 초록이 오는 26일 공개된다. 특히 AACR이 암이라는 질병에 초점을 맞춰 초기 임상 위주의 연구를 논의한다면, ASCO는 치료에 중점을 두고 후기 임상 연구를 주로 다루기에 발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더 클 수 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상무는 “긴축 완화 기대감으로 바이오주가 호재에 반응할 증시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상승세에) 한계가 있겠지만,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그는 연초 헬스케어섹터의 대목으로 꼽히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를 앞두고선 “올해 생사기로에 서는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통화 긴축에 따르는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 상무는 “긴축 완화가 기대된다는 거지, 벌써 완화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저금리 상황에서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은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주가가 전환가격 이상으로 회복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CB 투자자들이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 원금 상환을 하려면 더 비싼 금리를 물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A씨는 “우려됐던 재무 리스크가 작년도 재무제표 상으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2023년도 재무제표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무상태표 상 현금이나 자본 계정의 여유가 충분한지 △특례 상장 기업의 경우 매출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 기한이 다가오지 않는지 △적자 규모가 자본금의 50%를 넘길 가능성을 없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단기적으로 급등한 주가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실적의 상저하고 흐름과 2024~2025년의 산업 펀더멘털 개선 기대 등으로 (제약·바이오 섹터 주가는) 저점을 높이면서 우상향할 것”이라면서도 “(최근에는) 산업 펀더멘털 변화 대비 단기간 동안 개별 종목에 수급이 쏠려 급등장세를 연출했고, 작은 호재에도 변동성이 심화됐다. 현재 (상황은) 과매수 진입 상태로 단기 과열”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B씨는 “이전까지 2차전지 섹터에만 쏠렸던 수급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바이오주도 올랐지만, 신약 개발 기대만 있고 실적 불확실성이 있는 바이오테크 종목에 계속 돈이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며 “증시 수급은 주로 실적이 가시적인 2차전지와 정보기술(IT) 등의 섹터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