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르면 올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출하기로 하면서 국내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야당 의원이 후쿠시마를 직접 방문하는 등 안전성 이슈는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진위를 가려봤다.
"후쿠시마 10㎞만 지나도 원전 방류수 안전"

오염수, 방사성 기준치 넘나


17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전날 폐막한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일본이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로 (오염수 검증) 계획을 진행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이와 관련해 “G7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독립적 검증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1000여 개의 저장 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태평양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후 지하수와 빗물 등이 원전 부지로 유입돼 생긴 오염수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오염수 탱크의) 33%만 방출 농도 기준치 범위 안에 들어오고 66%는 벗어난다”고 했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은 모두 기준치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중수소는 대량의 해수로 희석해 세계보건기구(WHO) 음료수 수질 기준치의 약 16% 수준으로 농도를 낮추기로 했다.

방출된 오염수는 미국, 캐나다 등을 거쳐 4~5년 뒤 한국 해역에 본격 유입된다. 10년 후에는 ㎥당 0.001Bq(베크렐·방사성 방출 국제 측정 단위) 수준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가 도달한다. 이는 국내 해역 삼중수소 평균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라는 게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의 2월 시뮬레이션 결과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방류지점에서 10㎞ 지난 삼중수소 농도는 평범한 민물 농도와 같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실제로 안전 기준을 지켜 오염수를 방류하는지에 대해선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 안전은


일각에선 삼중수소가 물고기 등의 생체 내로 들어가는 사례를 우려한다. 삼중수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등 유기물질과 결합하면 유기결합삼중수소(OBT)가 된다. OBT는 물 형태의 삼중수소보다 신체에 더 오래 머무르고 피폭량은 두 배 더 많다.

그러나 IAEA는 5일 중간 보고서에 OBT로 인한 방사선 피폭량은 미미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 “수산물 내 OBT 형성과 인체 피폭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면서도 “하지만 (방류수에 있는 모든 핵종으로 인한 피폭량 가운데) 삼중수소의 기여 비중은 1% 미만으로 작다”고 명시했다. 유제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고등어·갈치·참조기 등 국내에서 잡히는 수산물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IAEA, 일본에 휘둘릴까


“일본이 IAEA 회원국 중에서도 입김이 세다”며 IAEA의 검증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전적 측면에서 IAEA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추세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IAEA 정규 분담금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2.4%에서 2021년 8.3%로 줄었다. 중국이 분담금을 크게 늘리면서다. 2012년부터 2위 자리를 지켜오던 일본은 2020년부터 3위로 밀려났다.

다만 일본의 분담금 비율은 한국에 비해 높다. 한국의 IAEA 분담금 비중은 2021년 11위에 머물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체계를 들여다보는 IAEA 글로벌 검증단에는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미국·중국 등 국적의 전문가 아홉 명이 포함됐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