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의 현금 살포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의 현금 살포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에서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17일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2일 윤관석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돈 봉투’ 의혹이 점화된 지 닷새 만에 내놓은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공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송 전 대표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귀국 시기 등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며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직접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 조사 방안도 검토했지만, 전날 내부 회의를 거쳐 자체 조사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셀프 조사’가 ‘셀프 면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의혹 단계지만 당 대표가 직접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주만 해도 민주당은 ‘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검찰의 기획 수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취 파일이 나오고 연루자만 수십 명에 달하자, 내년 총선에 영향을 주는 초대형 악재로 번지지 않도록 차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원내대표 선거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박광온, 홍익표, 이원욱, 김두관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