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정책 내놓자 미국서 벌어진 '제2의 제조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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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반도체법과 인플레 감축법에 투자 급증
한국 기업도 잇따라 미국에 공장 신축 발표
중국 의존도 줄이려 아시아 우방 활용
한국 기업도 잇따라 미국에 공장 신축 발표
중국 의존도 줄이려 아시아 우방 활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보조금 정책의 효과로 미국에서 '제2의 제조업 붐'이 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각종 보조금 정책을 발표한 뒤 1년간 미국에 대한 투자가 급속도로 확장해서다. 한국 기업도 앞다퉈 미국 투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연달아 발효한 반도체 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으로 2040억달러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가 발족했고 8만 2000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법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한다. 대부분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겨냥한 프로젝트다. 다국적 기업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북미지역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투자 금액은 2021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2019년에 비해선 20배 이상 증가했다. FT에 따르면 2019년 반도체 및 청정에너지 관련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10억달러 이상)는 4개였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31개가 새로 추가됐다.
신규 투자 프로젝트에서 반도체와 전기차(EV), 배터리 등의 비중이 컸다. 대표적으로 대만 TSMC가 애리조나주 파닉스에 2공장을 증축하는 프로젝트가 꼽힌다. TSMC는 지난 2월 28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에 첨단 3나노미터(nm) 공장을 증축할 계획을 밝혔다. 총투자금액은 400억달러로 외국 기업으로는 역대 최다 투자액이다.
스콧 폴 미국 제조연맹 회장은 "수 백 년 동안 이러한 투자 붐은 본 적이 없다"며 "미국의 제조업에서 역사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으로도 묘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이익을 공화당 우세주(州)가 보고 있어서다. FT에 따르면 신규 투자 프로젝트의 75%가량이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창출되는 신규 일자리 수만 5만 8000여개에 달한다.
공화당은 지난해 바이든 정부의 IRA와 반도체 법을 반대해왔다. 정부 지출액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여전히 큰 정부를 경계하고 있지만 제조업 붐에 대해서는 비판 수위가 미온적이다. 공화당 유타주 지역 대변인인 존 커티스는 FT에 "지원정책이 좀 더 구체적이고 계산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도 활발한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주 투자 프로젝트(55억달러)와 한화큐셀의 조지아주 달튼 투자프로젝트(25억달러)가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규모 기준으로 각 2위와 5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증축하고, 한화큐셀은 미국 최대 규모 태양광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연구소의 컬렌 핸드릭스 연구원은 이러한 투자에 대해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과 협업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며 "중국이 큰 시장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 동맹국(한국 등)도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연달아 발효한 반도체 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으로 2040억달러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가 발족했고 8만 2000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법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한다. 대부분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겨냥한 프로젝트다. 다국적 기업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북미지역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투자 금액은 2021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2019년에 비해선 20배 이상 증가했다. FT에 따르면 2019년 반도체 및 청정에너지 관련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10억달러 이상)는 4개였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31개가 새로 추가됐다.
신규 투자 프로젝트에서 반도체와 전기차(EV), 배터리 등의 비중이 컸다. 대표적으로 대만 TSMC가 애리조나주 파닉스에 2공장을 증축하는 프로젝트가 꼽힌다. TSMC는 지난 2월 28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에 첨단 3나노미터(nm) 공장을 증축할 계획을 밝혔다. 총투자금액은 400억달러로 외국 기업으로는 역대 최다 투자액이다.
스콧 폴 미국 제조연맹 회장은 "수 백 년 동안 이러한 투자 붐은 본 적이 없다"며 "미국의 제조업에서 역사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으로도 묘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이익을 공화당 우세주(州)가 보고 있어서다. FT에 따르면 신규 투자 프로젝트의 75%가량이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창출되는 신규 일자리 수만 5만 8000여개에 달한다.
공화당은 지난해 바이든 정부의 IRA와 반도체 법을 반대해왔다. 정부 지출액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여전히 큰 정부를 경계하고 있지만 제조업 붐에 대해서는 비판 수위가 미온적이다. 공화당 유타주 지역 대변인인 존 커티스는 FT에 "지원정책이 좀 더 구체적이고 계산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도 활발한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주 투자 프로젝트(55억달러)와 한화큐셀의 조지아주 달튼 투자프로젝트(25억달러)가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규모 기준으로 각 2위와 5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증축하고, 한화큐셀은 미국 최대 규모 태양광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연구소의 컬렌 핸드릭스 연구원은 이러한 투자에 대해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과 협업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며 "중국이 큰 시장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 동맹국(한국 등)도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