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드림' 포스터
/사진=영화 '드림' 포스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던 에이스가 해외 빅 리그 진출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경기. 실력은 밀리지만, 자격지심만은 밀리지 않았던 홍대(박서준 분)는 설상가상으로 "엄마가 사기 혐의로 도주 중인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을 듣는다. 평정심을 잃은 홍대의 무리수 경기, 이어지는 질책, 여기에 또다시 기자가 나타나 약을 올리며 질문을 이어가자 홍대는 분을 참지 못하고 눈을 찔러버린다. '폭행 선수'로 전락한 홍대는 연예계 진출을 노리고,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계획도, 의지에도 없던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재능기부에 나선다.

여기까지가 영화가 상영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펼쳐지는 이야기들이다.
/사진=영화 '드림' 스틸
/사진=영화 '드림' 스틸
박진감 넘치는 축구 선수들의 플레이로 꽉 채운 스크린, 이들과 상반된 노숙자들의 헛발질 몸 개그, 여기에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나는 대사와 빠른 전개까지, 연출자의 제작 취지처럼 '드림'은 "쉽고, 재밌게" 흘러간다.

하지만 마냥 가볍기만 한 웃음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재능기부에 나선 축구 선수 홍대 뿐 아니라 노숙자 선수들, 홈리스 풋볼 월드컵 준비부터 전 과정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 분)까지 '드림' 안에서 활약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자신들의 사연을 갖고 있다.

선수 발탁 기준도 "실력보다 사연"이었던 만큼, 이들 개개인의 이야기는 극적이다. '드림'은 이들의 사연을 적절히 풀어가면서 처음엔 의지도 의욕도 없던 이들이 왜 축구에, 홈리스 풋볼 월드컵에 이들이 집중하게 됐는지를 차근차근 풀어간다.
/사진=영화 '드림' 스틸
/사진=영화 '드림' 스틸
홈리스 풋볼 월드컵 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이야기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부터 급격히 '신파'의 늪에 빠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부상에도 몸이 부서져라 뛰는 선수들의 투혼. 많은 스포츠 드라마에서 봐 왔던 익숙한 전개가 펼쳐진다. 이 부분에 대한 호불호가 영화의 흥행 성패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극 중 후원을 철회하는 기업 담당자의 말처럼 "노숙자가 나오니 냄새나고 더러운"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사연을 미화하지도, 이들을 '사회적인 루저'라며 비하하거나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는 점이 '드림'이 갖는 최대 미덕이다.

이병헌 감독은 이미 10년 전에 '드림'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했다. 극의 배경이 되는 2010년 실제로 진행된 홈리스 풋볼 월드컵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출전한 사연이 모티브가 됐다.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극한직업'은 물론 2015년 개봉한 그의 상업 영화 데뷔작 '스물'보다 이른 시기다. 고창석은 "8년 전에 이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다"고 밝혔을 정도.
/사진=영화 '드림' 스틸
/사진=영화 '드림' 스틸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 이병헌 감독이 '드림'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 노숙자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에 그 주변부에 있는 홍대와 소민 캐릭터에 박서준, 아이유가 출연한 이유 역시 '드림'을 보고 나면 이해가 갈 듯하다. 다만 이전의 클리셰를 완벽하게 깨부순 '극한직업'의 전개와 웃음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오는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한줄평: 노숙자가 축구하는 이야기인데 웃기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